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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둥실 두리뭉실

둥글둥글 편안하게 살아가자고오오:)

by 반짝이는 루작가

내 자동차, 애방이가 고장이 나서 정비소에 맡기고 근처 카페에서 <현서네 유튜브 영어 학습법>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제주에는 몇 년 전 ‘들엄시민’(듣다 보면 영어가 들린다는 의미)이라는 프로그램이 초등학교 방과 후 수업에 있었다. 수업 외에 엄마들이 나서서 동아리처럼 꾸려서 영상을 보여주기도 했던 걸로 알고 있다. 나도 재작년에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맡아 진행했었다. 그래서 듣기의 중요성을 잘 안다.


우연히 새벽달님 영상을 보다 현서아빠를 알게 되었다. 현서의 유창한 영어실력을 보며 아빠표 영어를 박수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글책 독서가 밑거름이 되어준 건 기본이고.


아이들에게 지적하지 말고 오직 즐겁게 꾸준히 영상을 보여주는 것! 이게 바로 현서 아빠의 핵심 주장이다. 그리고 절대 바로 아웃풋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지 말 것! 현서도 3년은 걸렸다고 했다.


우리 아이들도, 특히 둘째가 저녁을 먹고 나면 “엄마, TV 볼래~~~ TV 봐도 돼?” 하고 묻는다. 넷플릭스 키즈로 들어가 한국말이 나오는 채널은 다 시청 제한을 걸어놓은 나의 열정! 영어로만 보도록 하기까지 중간에 고비가 있었다. 잘만 한국어로 보고 있었는데 “도대체 왜?!” 하는 첫째의 억울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좀 울려도 된다는, 나의 우상인 언니들의 조언을 듣고 실천했더니 이제는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첫째는 티비가 재미없다며(영어가 재미없는 거겠지...^^) 보는 둥 마는 둥 할 때가 많지만 둘째의 집중력은 대단하다.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듯 누가 오든 가든 신경 쓰지 않고 본다. 봤던 영상을 또 보고 또 보고. ㅎㅎ


영상을 같이 앉아 보지 않고 그 시간에 설거지와 집안일을 하는 게 미안하지만, 이제는 루틴처럼 굳어진 것 같다. 영어 독서에 조금 더 힘을 싣고 싶은데, 그동안 급하게 해야 할 것들을 우선순위에 놓느라 책 읽기는 ‘되는대로’였다.


그런데 뭐, 이게 나쁜 건 아니니까. 그렇게라도 읽어주는 게 어디고 보여주는 게 어디냐며 합리화를 시켜본다. 나는 현재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분투하며 인생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영어책 수업을 그려보았다. 계획서를 작성했는데 영.. 포인트가 없는 것 같았다. 책에만 빠져드는 것도 아니요, 영어만 가르치는 것도 아니요. 책도 영어도 같이 가고 싶어 맥아리없이 갈피를 못잡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이라면 연결고리가 되어 만날 거고 그렇게 인연이 만들어질 거라고 믿는다. 아니면 내가 계속 공부하며 찾아가면 되고:) 모두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는 거니까.


아휴. 이제는 뾰족뾰족하게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좀 두리둥실 가볍게, 두리뭉실 편안하게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크게 숨 한 번 쉬고 하늘을 올려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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