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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짝이는 루작가 Jul 23. 2024

골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다

다들.. 이렇게 지내시는 거죠...? :)

원래는 이 글을 쓰려던 게 아니었다.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 땅바닥에 앉아 주섬주섬 노트북을 꺼내며 글쓰기를 준비하는데 마음은 기쁘나 여기저기 몸이 쑤신다. 벽에 걸린 예쁜 그림 아래 식탁을 내 공간으로 만들어 글을 쓰던 나는 어디로 가고 이 골방에 처박혀 글을 쓰고 있는가.


밤에도 창문을 열고 자기엔 덥고 습한 공기가 들어와 에어컨을 틀고 자는 요즘이다. 안방에도 에어컨이 있지만 바람막이를 해놔도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차가운 공기가 염려스러웠다. 아직 3살과 5살, 툭하면 콧물이 나고 기침하는 시기의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요즘도 약을 달고 산다) 그래서 안방 에어컨은 자기 전에 시원하게 만드는 용도로만 쓰고, 거실 에어컨을 틀어 방문을 활짝 열고 자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새벽에 일어나 부엌에서 사부작 내 일을 할 수 있던 나만의 공간과 시간이 사라져 버렸다. 불을 켜면 환한 불빛이 안방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그나마 불빛이 적게 새어나가는 부엌 옆 작은 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은 분명, 제 역할을 하는 '중간방'인데 아이들을 낳고 난 뒤로 '창고방', '골방'이 되어버렸다. 쌓여가는 책을 놓은 자리가 없어 조그마하게 내 책상도 마련했는데 책 보관소일 뿐이었다. 책상에 딸린 의자와 고정 자전거는 옷걸이, 첫찌가 썼던 아기 침대는 물건 보관 수납장으로 탈바꿈되었고, 군데군데 기저귀박스며 생필품들이 테트리스를 당한 듯 차곡차곡 놓여있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거겠지 합리화하며 지냈다.


어느 날 아침에 운동하려고 집을 나서던 남편이 아이들 책상을 펴고 글을 쓰는 내가 불쌍해 보였나 보다. 책이 이마만큼 쌓인 선반 같은 내 책상을 가리키며 저기를 좀 정리해서 앉아보는 건 어떻냐는 제안을 했다. 책상을 제 용도로 써볼 생각은 전혀 안 하고 있던 나는 머리에 스위치가 켜졌다. 그렇다. 언제까지 여름 내내 맨바닥에 앉아 글을 쓰며 허리와 무릎에게 내 사정을 봐달라고 할 수는 없었다. 지난주부터 치워야지, 정리해야지 하는 마음이 다른 우선순위들로 인해 지금까지 미뤄지는 중. 이렇게라도 나의 다짐을 선포해야 행동으로 옮길 것 같아 글을 쓴다.


새벽에 동네 도서관을 검색하며 단지 아파트 내 있는 작은 도서관이 부러워 아파트 매매 검색을 해보는 헛된 짓을 했다. 우리 집은 동산 중간에 우뚝 솟은 나홀로 아파트. 밑으로 내려가도 동산, 위로 올라가도 동산이라 고상하게 유모차를 끌 수 없었던 환경 속에 지냈다. 더 좋은 집만 생각하면 어디 끝이 있으랴. 비록 내가 앉은 곳은 1평도 안 되겠지만 그럼에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그. 럼. 에. 도. 나는 이 방을 꼭 정리하고 말리라. 그래서 내 책상을 사수하고 다음 글을 쓰고 말겠다.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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