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남편의 응원!
오랜만에 노트북 가방을 열었다. 지난 수요일 아침에 글을 업로드하고 처음이었다. 마법이 와서 체력이 무너진 핑계도 있었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들을 빨리 읽고 자료를 수집해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하루만 안 써도 몸이 간질간질했는데, 이번엔 그냥 다 내려놨다. 포스팅을 안 했다고 채찍질당하는 것도 아닌데 뭐가 늘 그렇게 급하고 쫓기는 기분이 드는 건지. 왜 이렇게 하루를 아득바득 살아가는가 싶었다.
일요일 낮, 남편 찬스로 잠시 얻어낸 시간을 마치고 픽업을 기다렸다. 몇 분 시간이 남아 그냥 걸었다. 무더운 여름 바람을 맞으며 걷는 길이었지만 다행히 햇빛이 강렬하지 않아 걸을만했다. 터벅터벅 걸으며 여름바람에 내 한숨을 같이 뭉그려 보냈다. '내가 지금 글을 쓸 때인가' 하는 말풍선도 함께.
돈을 아껴 쓰겠다고 했는데도 자꾸만 여기저기서 터지는 경조사며 모임이며, 모든 걸 안 하고 안 보고 산으로 들어가 지낼 수도 없는 일이고. 오랜만에 누군가를 만나는 데 돈을 안 쓸 수도 없었다. (즐거운 만남은 내게 큰 기쁨이다) 용돈도 팍팍 챙겨주는 고모, 이모고 싶은데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지며 나의 정체성은 또 흔들렸다. 지금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어도 되는가.
집에 와 남편에게 내가 한 고민을 얘기했더니 "여보는 글을 써요, 돈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더 벌어볼게요."라고 말한다. 수입으로 이어지는 게 하나도 없음에도 글 쓰는 행위를 귀하게 봐주는 남편이다. 지금도 과중된 업무로 힘들어하면서 무얼 더 번다고. 말만이라도 너무 고맙다.
얼마 전 북토크로 뵈었던 권지영작가님을 보면 그분 또한 전업작가가 아닌데도 부지런히 글을 쓰신다. 그렇기에 내가 전업작가의 길을 갈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글 쓰는 것은 내려놔야 하는가의 고민을 한다는 것은 참 부질없다. 다시 단순하게 자판을 두드려야겠다. 남이 좋아서가 아닌 내가 좋아서 쓰는 글로, 부담이 아닌 즐거움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