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가계부
새벽 알람에 눈을 떴다. 이불을 발로 다 걷어차고 자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시 이불을 덮어주며 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생각했다. '아, 어제 드디어 소비를 하지 않은 날이었구나, 글감이다!' 했으나 점심으로 사 먹었던 떡볶이 생각이 났다.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떡볶이를 애정한다. 떡볶이가 비싼 음식은 아니니 괜찮다고 합리화하며 종종 점심에 배달로 시켜 먹었다. 최소 주문금액을 채우려면 떡볶이 말고 다른 음식을 추가로 주문해야 하는데, 남으면 저녁에 먹으면 되지 하며 무한 자비를 베풀었다. 매일은 먹겠는데 종일은 못 먹겠는 분식, 결국 그렇게 시켜 먹은 음식들은 쓰레기가 되어버리는 날이 많았다.
요즘은 소비일기를 쓰며 점심으로 사 먹고 시켜 먹었던 습관을 줄여가는 중이다. 웬만하면 전날 저녁에 다음 날 점심을 생각해 내 몫을 남겨두기도 하고, 밑반찬 하나를 두고 맛있게 먹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9월 한 달 동안 툭하면 시켜 먹었던 커피 배달은 한 번도 하지 않았네. 소비일기 쓰기로 나를 돌아본 덕분이다.
그러나 어제 수녀님과 영어스터디를 마친 후 집에 돌아오는 길에 눈에 띈 떡볶이는 포기할 수 없었다. 전날 나들이를 가면서 점심값을 아끼겠다고 만든 주먹밥. 4식구가 먹기에 모자라 결국 떡볶이와 김밥을 사게 됐었다. 집에 와 음식을 풀어헤침과 동시에 남편과 마통문제로 언쟁이 벌어져 입맛이 뚝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김밥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젓가락을 내려놓고 말았다. 그 생각이 나니 더욱 떡볶이가 먹고 싶었다.
다시 걸음의 방향을 뒤로 돌렸다. "떡볶이 1인분만 포장해 주세요!" 평소 같았으면 튀김이나 김밥 중 무언가 하나를 같이 시켰을 텐데 이번엔 나에게 딱 필요한 음식만 주문했다. 1인분짜리 떡볶이가 달랑달랑 움직이는 비닐봉지를 잡고 설레는 마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크. 매콤 달콤한 양념이 가득 벤 얇은 어묵과 보기만 해도 쫄깃해 보이는 떡. 이것들을 하나로 말아먹을 때 입안에 쫘악 펼쳐지는 맵지만 달달하고 쫀득한 이 맛! 전날 먹다 남은 치킨 네 조각과 두부 몇 조각을 함께 먹으니 조화롭기 짝이 없었다. (ㅎㅎ) 무엇 하나 남김없이 싹싹 먹었다. 맛있고 배부르고 뿌듯한, 나 홀로 오찬을 즐길 수 있었다.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러 나간 오늘도, 내가 싼 김밥과 주먹밥 그리고 4,500원의 떡볶이로 가족들의 배를 부르게 했다. 이 돈으로 우리의 행복이 플러스가 되었으면 만족이다. '떡볶이는 사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