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은 상극인 거니
“엄마아아아.... 이레가 내 카드를 찢어버렸어요.. 나한테 소중한... 건데에.....”
울먹이며 나를 부르는 첫째의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에서 기본 욕구조차 충족하지 못하게 잠깐의 틈도 주지 않는 형제들. 으- 정말 화가 났다.
시부모님 기일이라 남편은 새벽부터 미사를 드리러 갔다. 끝나서 바로 회사 행사가 있어 이동하니 아침부터 육아는 온전히 내 몫이 되었다. 안 그래도 자꾸 형한테 시비 거는 둘째의 모습에 스팀이 오르고 있었는데 잠깐 화장실에서 숨 돌릴 새도 없이 사고를 친 것이다.
손바닥을 와작착 때리고 싶었지만 엄청 노력했다. 정색하면서 단호하게 상황을 묻고 형아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카드를 찢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데 웃어버리는 둘째. 그 모습에 더 화가 났다. 결국 방으로 데려가 울렸다. 그리고 자를 손에 잡고 겁을 줬다. 한번 더 형을 속상하게 하면 그러고도 미안해하지 않고 웃으면 엄마는 그 못된 손바닥을 때리겠다고.
그렇게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분명 둘째는 귤을 먼저 다 먹어 거실로 갔고 첫째가 남은 귤을 까먹는 상황이었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 까마귀처럼 날아와 형 손에 있던 귤을 낚아채 먹어버린 것. 입술 사이로 귤즙이 새어 나오며 양 볼이 터질 것 같았다. 옆에서 첫째는 너무 속상하고 약 올라 우는데 둘째는 또 좋다고 개구진 표정이었다.
하. 정말 너무 화가 머리끝까지 나다 못해 정말 이 녀석을 어떻게 해야 하나 답답했다. 혼자 입에서 이ㅅㄲ 저ㅅㄲ 하며 얼마나 욕이 나오던지 너무 얄미웠다.
‘너는 상대가 저렇게 속상해하는데 웃음이 나오니? 너는 괴롭히는 게 좋지?’하며 어리석은 나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작전을 펼쳤다.
“엄마는 도저히 너를 데리고 나갈 수가 없겠다. 이렇게 말도 안 듣는 아이랑 같이 나갔다간 엄마가 너무 화가 나버릴 것 같아. 인형들이랑 재밌게 놀고 있어~~ 엄마랑 형아만 밖에 다녀올게~~”
그러니 둘째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자기도 데리고 가라고. 우리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외투를 입고 나가는 척 가방을 다 챙겼다. 니 마음이 불안에 떨든가 말든가 내 알 바가 아니라는 심정으로 차갑게 외면했다. (후. 지금도 이렇게 글을 쓰며 고해성사하는 내가 너무 싫다. 내 육아는 왜 이런 식일까 정말..)
그렇게 시간을 뻐기다 가기 직전 둘째에게 다시 다가갔다. 알아듣지도 못할 아이에게 역지사지를 생각하게 만들고 아이가 한 잘못을 다시 얘기하게 하며 반성하게 만들었다. 반성이 무언지도 모를 31개월의 아이.
집에만 있다가는 폭군이 될 것 같아 친구네 카페로 갔다. 브런치를 먹고 다시 집으로 오는 길, 손에 쥔 묵주를 자기도 갖고 싶다는 둘째. 엄마에게 소중한 거니 조심히 다뤄주라고 부탁했건만 5분도 안되어 팔찌가 끊어졌다. 하. 정말 오늘은 왜 이렇게 안 맞니 우리. 자꾸만 둘째랑 안 좋게 엮이는 상황들이 원망스러웠다.
“오늘 너무 힘들다 너희..!” 하며 한숨을 팍 쉬었다. 그러나 얼른 마인드컨트롤을 하고 둘째를 바라보며 “일부러 그런 거 아니지? 괜찮아.” 하고 얘기하며 손을 잡아주었다.
첫째는 이렇게 개구지고 장난기 많고 누구 때리고 고집부리며 크지 않았는데 둘째는 왜일까. 형아가 있어서 개구진 장난꾸러기의 모습으로 관심받고 싶고, 나보다 뭔가를 다 잘하는 형아가 있으니 때리고 싶고, 그러니 나도 잘할 수 있다고 고집 피우고 싶은 걸까. 둘째가 아니었어서 이 녀석의 마음을 도통 모르겠다. 이 형제의 경쟁마인드는 어떻게 서로를 보듬는 사랑으로 지켜줄 수 있을까.
차별을 했다면 차별이었을 오늘 육아 점수는 완전 빵점이다. 그래도 글을 쓰고 난 이후부터는.. 패자부활전이 있다면 다시 50점이라도 끌어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우리가 아무리 상극이래도 내가 어미니까, 어른이니까 마음이 커져야 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