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어린이집 방학 후기
고작 한 주였다. 1월 1일까지 껴있었으니 내가 오롯이 아이들과 붙어 지낸 시간은 4일이었다. 그런데 왜 그렇게도 어린이집 방학을 두려워한 건지.
어젯밤 자기 전 아이들에게 내일부터는 어린이집에 갈 거라 얘기했다. 기다리고 기다린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한 주 동안 엄마는 너희들과 너무 행복했어~~~" 하고 말하는데 괜스레 코끝이 찡했다. 이 시원섭섭한 기분은 도대체 무엇인지.
이번 방학이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식당에 셋이 가도 혼자 어른 화장실에 다녀올 수 있을 만큼 첫째가 성장해 있었고, 엄마껌딱지인 둘째를 충분히 보듬어줄 수 있던 시간이었다. 몸은 힘들었지만 마음은 편안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나는 아이들에게 책 한 권 읽어주지 않은 엄마로 방학을 보냈지만... 그래도 묵혀있는 피아노의 먼지들을 다 털어내며 키보드로 신나게 아이들과 노래를 불렀고, 도서관에서 dvd 체험도 해 보았다. (단 10분을 보려고 30분 이상 회원번호 조회하고, dvd룸 예약하고, 빌리고 또 바꾸고 애먹은 건 안 비밀^^)
운 좋게도 연말에 사촌언니네가 제주로 놀러 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연초는 남동생이 내려와 삼촌 찬스를 쓸 수 있었다. PMS기간으로 허리가 끊어질 것 같고 배도 살살 아파왔지만 감정 기복을 조심하며 무탈히 지냈다.
아이들 덕분에 평소 대충 먹거나 지나쳤던 점심도 함께 챙겨 먹었다. 아이들의 낮잠 시간에는 나도 맑은 제주의 하늘과 바다, 산을 구경하며 드라이브를 했다.
어린이집 방학이 옳지 않은 것만은 아니었다. 우리 각자도 선생님들도 리프레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2월 말 일주일의 방학이 또 다가오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은 이유다. 우리는 매일 성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