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른 바이러스를 물리치자! 힘내!!!
2주전부터 내 글은 온통 똥얘기인 것 같다. 아니 정말 바나나똥이 뭐라고 그 똥을 온 가족은 기다리고 있는 것인가.
둘찌의 장염이 지나가고 첫찌가 일주일 째 음식을 조절하는 중이다. 어제 아침에도 설사를 하고 먹은 게 다 빠져나가 힘들었는지 “엄마, 나 바나나 하나만 먹어도 돼?” 하고 물으며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라. 안쓰러워 그나마 덜익어 보이는 한 꼭지를 뜯어내 껍질을 벗겨 주었다.
“음~ 달콤해..! 바나나를 먹고 있으니까 바나나 똥이 나오겠지?” 하는 우리 사랑둥이다. (엄마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어..!)
그저께는 야심차게 9월을 시작하리라 해놓곤 다 나아가는 줄 알았던 첫찌가 아침에 설사를 하니 매우 당황스러웠다. 8월을 마무리하는 글에서 내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받아들일 줄 아는 여유가 생겼다고 써놓았건만, 또 가정보육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오니 너무 속이 상했다.
양 옆에서 징징징하는 아이들을 두고 아침 챙기랴 어린이집에 알림쓰랴 정신이 없는 와중에 러닝하고 그날따라 느지막이 들어와 샤워하고 쓱 챙겨 출근하는 남편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그 마음이 또 불씨가 된 것인가. 양치하겠다고 들어간 두 아이가 치약으로 장난하는 모습을 목격하고선 결국 나는 괴물이 되고 말았다.
“뭐하는거야 지금?!!!! 누가 치약으로 이렇게 다 치대기라고 했어?!! 첫찌! 너는 동생이 장난하고 있으면 안 된다고 해야할 거 아냐!!”
분노에 차 아이들의 양쪽 겨드랑이를 잡고 휙휙 옮기는 괴물은 샤우팅을 이어갔다. 죄송하다는 말을 듣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채 아이들 옷을 갈아입히는데 키득키득 웃는 녀석들. ‘너놈들을 내가 오늘은 혼쭐을 내주지!’ 하는 마음으로 군기반장이 됐다.
“똑바로서. 웃겨?! 웃겨?!! 뭐가 웃겨! 엄마가 지금 힘들어하는 게 웃겨?!! 웃지마!! 차렷!!!!”
한창 소리를 지르고 돌아서는데 잔뜩 긴장한 아이들을 보며 으휴. 한숨이 나왔다. 내가 아이들에게 또 뭐하는 짓인지. 양치하며 끈적끈적한 치약이 손에 묻은 게 재밌어 거울에 뭐 좀 묻힐 수 있고, 팍팍 둘찌 옷을 갈아입히다보니 티셔츠가 목에서 껴 나오지 않는 동생 얼굴을 보며 웃겼을 수 있다. 충.분.히. 이들은 그럴 수 있었는데 내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날인 걸 받아들이지 못한 나의 잘못이었다.
아이들에게 화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용서를 구했다. (진짜 이럴때면 이중인격같다) 아이들은 너무나 흔쾌히 또 “응!”하며 나를 안아주고 사과를 받아준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신나게 장난치는 내새꾸들.
조금 있다 첫찌가 나에게 오더니 묻는다.
“엄마, 나 이제 웃어도 돼?”
“당연하지~~~!!!! (ㅠㅠ) 그럼그럼 웃어도 되지!”
내가 너에게 웃는 자유까지 허락하지 못했다니. 이 부족한 엄마를 용서해다오. (ㅠㅠ) 그래도 첫찌는 동생만 어린이집에 가고 본인은 안가는 게 신이나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오늘도 엄마와 함께할 가정보육 2탄! 비록 나만의 시간은 새벽에서 멈추지만 괜찮다. 즐기자 이 순간을. 기대하시라 개봉박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