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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엄마 생각

나의 생각이 틀린 것이었음을!

by 반짝이는 루작가

"왜 이렇게 허겁지겁 들어오세요?!"

"헉헉, 애들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오려니 차도 막히고 시간이 빠듯하네요!"

"등원 차량 이용 안 하세요?! 버스 태워 보내세요~~!!!"

"버스요... 뭔가.. 어디에 끌려가는 것처럼 불쌍해 보여서요.."

"아이고! 그건 엄마 생각!!!"

"애들 등원시킬 때 보면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 표정이 어두워 보이더라고요.."

"그것도 엄.마.생.각!!!"


이틀 전 아침, 학교에 도착해 선생님들과 나눈 이야기였다. 아이들에게 통보가 아니라 정중하게 묻고 도움을 요청하라는 선생님의 조언에 나는 나의 고집을 꺾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이들을 버스에 태워 등원시켰다. 그런데 정말 그 말이 맞았다. 아이들이 울적할 거라는 생각은 오로지 나의 생각이었음을.


첫째는 마침 차 안에 같은 반 친구들이 있어 들뜬 것 같았다. 맨 뒷자리 아이들 사이에 앉아 자기를 반기는 친구들을 마주하며 상기된 표정이 보였다. 마스크로 가렸지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둘째는 어안이 벙벙. 그래도 내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해 주었고, 어린이집에 내려서도 담임선생님께 '재미있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휴. 이렇게도 나의 생각이 틀렸다니!


아이들 덕분에 무려 25분을 획득한 나는, 출근 전 차 안에서 영어로 쓰인 오늘의 복음과 <The Daily Dad>를 한 페이지씩 읽었다. 용기내주고 엄마를 도와준 아이들 덕분에 하루의 시작이 의미 있고 아름답다. 하원하면 폭풍 칭찬을 해 주어야지! :)


자꾸 이렇게 불안해하고 흔들릴 때마다 내가 단단히 설 수 있도록 천사를 보내주시는 하느님께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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