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덩어리꽃이 피었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감사한 오늘

by 반짝이는 루작가

벚꽃이 만개한 오늘, 꽃구경하는 마음조차 미안한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다. 어서 빨리 산불 재난이 종식되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벚꽃축제에 다녀왔다. 지나가는 버스를 보고 어디까지 가는지, 버스 번호가 몇 번인지를 살펴보는 게 행복인 우리 첫째. 아침에 눈 뜨자마자 버스 타고 벚꽃축제에 가자고 아우성을 쳤다. 정류장에 내려 벚꽃길까지 걸어가는 게 힘들었지만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고 묵묵히 걸어갔다. 우리 둘째는 요즘 차에서 틀어주었던 벚꽃팝콘 동요를 신나게 부르며 설레는 마음을 더해갔다.


축제 현장에서는 왕왕대는 소리, 많은 인파 속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릴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에 진정 꽃놀이를 즐기지 못했다. 오히려 아이들을 낮잠 재우며 드라이브하는 시간 속에서 나와 남편은 봄이 왔음을 보았다. 벚꽃 나무들 아래로 피어있는 노란 개나리는 또 얼마나 예쁘던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오후였다.


첫째가 벚꽃을 보고 '덩어리꽃'이라고 불렀던 게 생각이 난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러하다. 벚꽃잎들이 모여 한송이를 이루고 송이들이 모여있는 모양이 꼭 솜뭉치 같아 보인다. 결국 나중에는 하나의 꽃잎으로 흩어져 살랑살랑 내려앉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옹골지게 뭉쳐있구나.


오랜만에, 아니 둘째 돌사진을 찍을 때 말고는 다 같이 찍어본 가족사진이 없었는데 모처럼 그랜파, 할머니가 다 모인 오늘. 아이들에겐 오늘 우리의 만남이 따뜻하게 기억되겠지. 마치 절대 떨어지지 않을 벚꽃뭉치처럼 아름답게 보이겠지. 지금을 즐기고 감사하자.


사진 2025. 3. 29. 오후 5 03 28.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그건 엄마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