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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하고 담담하게 오늘을 살아갈 것

이 세상을 떠나는 날 알게 되겠지

by 반짝이는 루작가

어제와 오늘, 계속해서 나의 마음을 두드리는 말은 ‘그냥 하는 것‘이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테드 강연에서도 그랬고, <데일리대드>의 오늘 글에서도 그랬다.


어떠한 결과를 내야 하고, 꼭 모든 성과가 나와야만 인생이 아닌 것을 깨닫는다. 엘리자베스 길버트도 베스트셀러 다음 책이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실망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책을 써나갔다. 쓰는 삶이 그녀에겐 집이고 화려한 조명과 유혹들 속에서 다시 그 삶으로 돌아가는 길이 집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다시 평정심을 유지하며 글을 쓴다.


티베트에서 불교 승려들도 몇 날 며칠 동안 열심히 공을 들여 만든 만다라이지만, 완성되고 나면 다시 닦고 새로 만다라를 만든다고 한다. 이러한 과정을 보면서 우리 인생에도 끝이라는 게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토록 바라던 꿈이 이루어지고, 책이 출간되고, 유명해지고. 혹은 아이가 지금보다 더 크면, 나에게 자유시간이 주어진다면 등 뭔가 내가 내린 결론이 거기서 끝 하고 끝나는 게 있을까.


행복했다가도 불행해지고, 슬펐다가도 기쁜 일이 찾아오고. 모든 걸 다 잃는 와중에도 얻는 게 있고 매일매일이 실패인 것 같아도 인정받는 날이 온다. 아직 우리는 ‘나’라는 인생의 결말을 지을 수 없다. 그저 오늘은 각각의 인생책의 어느 한 페이지일 뿐이다. 그래서 그냥 묵묵히 꾸준히 나의 일을 다하는 것에 의미를 두려 한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을지라도 내가 옳다고 믿는 일이라면 그냥 하는 것이다.


어제도 합격일 거라 생각한 학교 시간강사일을 결국 못하게 되어 무슨 허튼짓을 했나 속상하고 서러웠지만, 나는 오늘 또다시 다른 곳에 지원서를 냈다. 벌써 몇 번째 제출하고 탈락하는 일들이 반복되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과정들이 지긋지긋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나라는 작품에 선을 하나 더 그리고 색칠을 한번 더 하는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저 과정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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