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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적으로 여유를 챙기기

요가하러 가길 잘했다! :)

by 반짝이는 루작가

주중 오전에 일을 하게 되면서 그 시간에 가던 요가원을 못 가고 있다. 아이들 등원시간도 빨라져 아침에 여유가 없어 새벽 요가도 갈 수 없게 되었다. 1년 수강권을 끊지 않았더라면 여기서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수강료가 아까워서라도 수련할 시간을 만들어냈고 남편에게 칼퇴를 부탁하며 가능할 때마다 저녁 요가를 하러 갔다.


어제는 오후에 잠깐 줌으로 시댁 조카 영어를 봐주는 날이었고, 끝나서 부랴부랴 아이들을 데리러 갔지만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더 놀고 싶어 했다. 왕왕 바람이 불어대는데도 춥지는 않아 아이들의 원성에 못 이기는 척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이들을 씻기고 저녁준비를 하느라 매우 분주했다. 친정엄마가 도와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리 정신이 없었던 걸까.


저녁 반찬을 다 챙기지도 못했고, 어린이집에 제출할 그림을 그리지도 못했고, 나도 배가 너무 고팠고. 여유가 하나도 없어 요가원을 안 가고 싶었다. '그냥 오늘은 쉴까' 잠시 생각하다 나머지는 나중에 다 채울 수 있는 것들이지만 수련 시간은 지금 놓치면 불가능하다 생각해 더 이상 고민을 멈추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요가원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오늘도 수련의 그윽한 향기를 맡는다. 선생님이 스틱으로 꽂아두시는 향과, 수련을 다 마치고 사바아사나로 누워 있을 때 뿌려주시는 향이 얼마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지 모른다. 심지어 수련 중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은 또 얼마나 그날의 동작들과 찰떡인지. 음악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여기가 한국이 아닌, 인도 어느 해변 모래 위에서 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고요한 숲에서 요가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상상을 할 때가 있다.


마침 선생님께서 픽하신 4월의 단어는 '여유'였다. 수련 중간에 선생님께서 여유를 언급하며 한 말씀이 강하게 와닿았다. 나는 얼마나 생활 속에서 여유를 챙기고 있었던가. 아주 소소한, 그 1분의 시간을 깡그리 무시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따라가기에 조급하지 않았던가. 오늘 아침도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첫째가 소변컵을 손에서 놓치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던 것 같다.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에서 내가 너의 소변까지 닦고 있어야 하냐는 심정으로.


요즘 나의 삶은 1분을 더 기다려봐야지, 여유 있게 보내야지가 아니라 1분이라도 의미 있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무언가가 내 시간 속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 나는 지금 긴박하게 가정경제를 함께 끌어올려야 했고, 엄마로서도 빈틈없이 살아야 하기 때문에 육아도 제대로 해야 했다. 그 와중에 나의 전문성을 키우려 공부도 해야 했다. 꿈을 좇아가기 바빴다. 새벽마다 4시 반 기상에, 5시 40분에 눈을 뜨면 나를 채찍질하고 낮잠 30분을 허용하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나는 여유가 없던 상황에서 오히려 여유를 얻었다. 비록 요가를 끝내 집에 가 어질러진 집을 보니 또 평소와 같은 나의 모습이 나왔지만 앞으로 매 순간 멈추고 깨어있으려 한다. 아이들이 나를 떠올렸을 때 성질이 급한 엄마가 아닌, 편안하고 여유 있는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나 스스로에게도 여유를 주며 나아갈 수 있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것. 이번 달의 숙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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