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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필요했던 인정의 말 한마디

지금, 여기,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by 반짝이는 루작가

학교에 강사 지원서를 넣을 때마다 반복되는 탈락, 영어를 전공했음에도 영어를 못 한다는 자기 비난, 외국에서 살다와 영어를 너무나 잘하시는 담임 선생님과 영어로 토론한다는 사교육의 선생님과의 비교. 지난 4개월 동안 내가 봐주는 시댁조카의 영어 성적은 오르지 않았다는 자책.


이 우울함을 해결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영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길밖에 없었다. 책을 읽고 싶어도 영어회화 문장을 외웠고, 한글책이 보고 싶어도 영어책을 펼쳤다.


그러다 어느 날 학교에서 아이 한 명에게 동물의 뜻을 알려주고 있었는데(현재 교육활동봉사자로 초등학교에서 오전 근무 중) seal을 보고 내가 “바다표범”이라고 하니 옆에 있던 아이가 “물개 아니에요?!!”하는 거다. ”어.. 그런가? 물개래~~“하며 슬쩍 내 생각을 지웠다.


두 개가 다른 뜻이라 생각한 나는 황급히 화장실로 가 검색해 보니 seal에는 물개와 바다표범이 둘 다 있었다. 심지어 물개는 한 동물의 특정한 이름이 아닌 일반적으로 통틀어 불리는 이름이었음을.


이런 것도 모르고 아이말에 휩쓸려 자신감을 잃는 내가 참 한심하면서도 딱해 보였다. 영어 선생님으로서의 자신감이 이만큼이나 떨어졌구나, 안쓰러운 마음이 컸다.


나는 왜 영어를 선택했을까, 그냥 다른 일을 알아봐야 하나, 내가 잘하는 게 뭘까. 다시 나에게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던 중 우연히 담임 선생님과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선생님은 내가 있어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아이들이 내가 온 덕분에 많이 차분해졌다고, 본인이 무슨 복으로 나를 만나 편하게 지내는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나에게 기대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말씀해 주셨다. 덧붙여 나의 재능이 여기에만 쓰이는 게 아깝다며 다른 선생님들도 나를 눈여겨보고 계시다고.


핑 도는 눈물을 감추려 애썼다. 너무 감사했다. 작은 도움밖에 드리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나를 향한 평가였다. 그동안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던 칭찬으로 자존감이 확 올라갔다. 타인의 인정보다 셀프칭찬이 더 중요한 걸 알면서도, 지금의 나에게는 이 격려가 참으로 귀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열심히 하고 있으면 또 다른 기회의 문이 열리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내가 비교했던 선생님들도 거기까지 가는데, 그 한계를 넘는데 분명 고뇌와 인내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나도 지금 그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라 생각하련다. 나만의 영어 공부 방식을 찾을 거라 믿고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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