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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을 받는다는 기분

나를 향한 식구들의 찐 사랑

by 반짝이는 루작가

석 달 전 마법이 왔을 때도 그랬다. 갑자기 밀려오는 두통에 머리가 빙빙 돌고 식은땀이 나고 금방이라도 토를 할 것 같았다. 출산 후 생리통은 사라졌는데 스트레스성인지 어깨 통증 때문인지 두통이 심해졌다. 결국 타이레놀을 복용했으나 바로 구토를 하며 친정엄마께 아이들을 맡기고 쉬었었다.


또다시 마법이 시작된 어제, 하루를 잘 시작한다 생각했는데 저녁이 되면서 갑자기 어지러움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시선을 옮길 때마다 시야가 흔들리는 것이 꼭 배를 타고 물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겨우 저녁 준비는 했지만, 빨래며 설거지 등 집안일이 쌓여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남편의 배려로 일단 방에 들어가 누웠다.


대충 이불을 끌어올리고 가만히 천장을 보고 있는데 첫째가 오더니 헝클어진 이불을 잘 펼쳐 내 발 끝까지 잘 덮어주는 것이다. 동생이 덮는 이불까지 건네며 "엄마~ 잠자도 돼~ 잘 쉬어~" 하고 방을 나가는 게 아닌가. 그런 아이의 뒷모습에 감개무량했다.


어릴 적 엄마의 거친 딸꾹질 소리에도 엄마가 죽는 게 아닌가 불안을 크게 느꼈던 나였다. 그래서 웬만하면 아이들 앞에서 아픈 티를 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는 아이들이 다툴 때에도 단호하게 중재하지 못하고 개미 같은 목소리를 내는 엄마가 어딘지 모르게 이상했을 거고, 아빠가 "엄마 쉬게 방에서 나와" 하는 말에 아이들이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2-30분 쉬었을까, 다시 일어나 정신을 차리고 집을 정리하고 싶었다. 가만히 앉아있는데 숙취해소가 덜 된 것처럼 여전히 나의 움직임이 빠릿빠릿하지 못했고 화장실로 달려가야 할 것 같았다. 그런 나를 보고 이번에는 둘째가 다가와 "엄마, 괜찮아??" 하고 물었다. 엄마가 지금 어지러워 그러는 건데 괜찮다고 말해주자 씨익 웃으며 다시 방을 나갔다.


결국 나는 모든 집안 일과 육아를 남편에게 맡기고 그대로 뻗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거실로 나오니 싱크대며 빨래며 장난감들이 다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남편의 수고가 느껴졌다. 고마운 내 편이다.


지금 정신이 온전히 맑지는 않지만, 가족들의 사랑을 받고 컨디션을 찾으려 한다. 진정한 돌봄은 앞뒤를 재지 않고 상대를 생각해 주고 배려하는 순수한 애정이라는 것을 배웠다. 오늘은 내가 더 많이 우리 식구들과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 수 있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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