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자바와 발리 여행기
출발에 앞서!
돌이켜 보면 난 무엇보다 세상이 참 궁금했던 것 같다!
90년대 말부터 2025년 지금까지 출장이든 개인적인 여행이든 1년에 두어 차례 여러 나라를 다녔다. 이제껏 살아보니 다른 그 무엇도 여행을 대체하는 건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책을 읽고 영화 보는 것 역시 일상에서 내가 끔찍이 좋아하는 일이다. 하지만 일상을 벗어나 공항 국제선 청사에 발을 내딛는 순간이야말로 해방감과 기대감으로 날아오를 듯 여전히 가슴 벅차다. 2천 년대 초반 햇병아리 직장인 시절 처음으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제학회로 출장을 갔었다. 첫 유럽 나들이였던 셈이다. 저녁 9시가 지나도 해가 지지 않고 환하던 그때의 경험은 정말 새로웠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여름 러시아 페테르부르크에 갔을 때는 아예 밤 12시가 다 되도록 어두워지지 않았다. 손에 보드카 술병을 든 젊은이들은 집에 들어갈 생각도 없이 친구들과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세상은 그렇게 달랐다!
어느덧 30여 개 국가를 여행하였다. 오랜 기간 외국 여행을 할 때 내 든든한 동반자는 항상 남편이다. 동일 업종에 종사한 탓에 방학을 함께 맞아서 우린 늘 같이 여행을 떠나곤 했다.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 둘은 철저한 분업 시스템을 고수한다. 여행 6개월 전쯤 일단 두 사람의 스케줄을 파악해서 1주일 혹은 2주일의 시간을 파악한다. 그러면서 어느 곳으로 떠날 지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한다. 일단은 아직 가보지 못한 곳! 그리고 가보고 싶은 곳! 이 두 가지 접점이 맞닿는 두세 군데 지역을 정한 후 이런저런 논의 끝에 최종적으로 여행할 국가와 지역을 결정한다. 관련 여행서도 찾아보고 검색도 많이 한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항공권 구매가 이루어지면 그때부터 개별 도시들에서 어느 정도 체류할 건지를 결정해야 하고 그게 끝나면 각 도시의 호텔을 검색해 예약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국가를 정한 후 개별 도시를 정하는 일 자체야말로 매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다. 이는 방문할 국가에 대한 폭넓은 공부를 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련 도서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방문할 국가의 유명 관광지는 물론 개별 도시에 대한 정보, 그리고 문화 자산 등을 파악한다. 일반적으로 한 도시에서 사흘 내지 나흘 정도를 머무르는 걸로 계획을 짜는데 이탈리아 로마라든지 프랑스 파리처럼 볼거리들로 넘쳐나는 도시의 경우 최소 6-7일 정도 잡아야 한다. 개별 도시에서의 체류 기간이 정해지면 다음 단계는 호텔을 검색하는 일이다.
이 또한 시간이 적지 않게 걸린다. 호텔을 정하는 첫 번째 원칙은 관광지나 중심지에서 가능하면 가깝게 위치한 곳을 정하는 것이다. 가격은 조금 비쌀 수 있으나 볼거리에서 가깝게 지내는 것이 체력적인 면에서도 소모가 적을뿐더러 늦은 시간까지 중심지 이곳저곳의 모습을 누릴 수 있다. 이는 나이가 점점 들수록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우리 부부가 고수하는 것은 조식을 항상 포함시키는 것이다. 호텔을 고를 때 호텔의 위치나 객실의 청결도뿐만 아니라 조식에 대한 평가까지 고려해서 고른다. 바로 선택하지는 않고 도시별로 2-3곳 후보지를 정해 놓고 후기나 평가 등을 비교해서 선택하는 편이다. 방문하는 도시가 많을수록 호텔 선정 문제는 꽤 신경이 쓰일뿐더러 더 복잡하다.
항공편과 호텔까지 정해지면 준비의 반은 끝난 셈이다. 이제는 한 도시에 체류하는 동안 방문할 개별 장소에 대해 동선을 파악한 후 그날그날의 목적지를 대략 정한다. 이탈리아나 프랑스처럼 볼거리가 많은 국가의 경우 개별 도시를 방문한 상태에서도 인근의 관광지를 찾아가는 일이 허다한데 이럴 경우에는 다양한 여행 프로그램을 적절히 구매하여 사용한다. 즉 개인 여행 틈틈이 필요한 경우 여행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프로그램을 적절히 구입해 참가하는 것이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경우 아주 편리하게 이용한 경험이 있다.
한 도시에서 사나흘 내지 길게는 1주일 정도를 보내고 난 뒤 다른 도시로의 이동에는 기차나 비행기, 또는 버스 등을 예약해 다녀야 한다. 유럽의 경우 오미오 같은 열차 앱이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어서 국가 간 또는 도시 간 이동에 많이 사용하였다. 라오스 비엔티엔, 루앙프라방, 방비엥 등을 오가기 위해서는 비행기와 철도를 적절히 이용해야 했다. 한 도시에 머무는 동안에도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교통편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일단 주요 관광지 주변에 호텔을 잡기 때문에 웬만한 장소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항공기와 호텔, 주요 관광지 등을 정리하는 일은 대부분 내가 담당한다.
바다에서 본 티르키에 이스탄불 전경
그럼 내 남편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여전히 바쁜 그의 머릿속에는 여행 출발 직전까지 여행지에 대한 세부 계획 같은 것은 들어설 틈이 없다. 내가 그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두 가지이다. 전화 로밍과 환전을 부탁한다. 요즘은 트래블 카드 같은 게 있어서 환전을 그렇게 많이 해가진 않지만 어쨌든 여행지에서 사용할 비용에 대해서는 그가 준비한다. 그가 도맡아 하는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짐 싸기이다. 그는 여행 짐 싸기의 달인이다. 군 생활 중 체험한 군장 싸기의 경험자로 내가 싸는 짐에 대해 늘 만족하지 못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여행 출발 사나흘 전부터 여행 캐리어 두 개를 안방에 펼쳐 놓고 그 주변에다 이것저것 넣어갈 것들을 갖다 놓는다. 그럼 여행 떠나기 전날 저녁 그가 꼼꼼하고 빈틈없이 가방을 채우기 시작한다.
여행 떠나는 날 목적지로 가는 비행기가 이륙하면 그제야 남편은 여행 책자를 주섬주섬 꺼내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가 하는 중요한 일이 한 가지 더 있다. 현지에 내리면 구글맵을 켜고 앞장서는 일이다. 약간 길치인 나는 아직도 구글맵 보는 게 익숙하지 않다. 반면 그는 지도를 보고 목적지를 잘 찾아간다. 난 그의 뒤를 따라가면 된다! 드디어 첫 도시의 첫 번째 호텔을 찾아 프런트 데스크를 방문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우리의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