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편 변동으로 10시간 체류하다!
인도네시아 여행기 10: 족자카르타-발리 (2025. 7. 9. 수)
오늘은 족자카르타를 떠나 드디어 발리(Bali)로 가는 날이다. 미리 여행 앱을 통해 인도네시아 현지 로컬 라이언 에어 항공 오후 1시 25분 비행기를 예약해 두었었다. 일찍 조식을 챙겨 먹고 체크아웃을 한 후 블루버드 택시를 불러 족자카르타 공항으로 갔다. 도착 시간이 대략 10시 반 즈음이었다. 일찍 도착했다는 안도감으로 공항으로 들어서서 체크인 창구를 찾아보니 라이언 에어 항공 사인이 보이지 않았다.
다가가서 체크인 관련 내용을 물어보니 오후 1시 25분 비행기가 일정을 앞당겨 오전 10시 반에 이미 떠났다는 것이다. 사전 연락도 없이 비행기를 이렇게 일찍 출발시킬 수 있느냐고 항의하자 e 메일을 확인해 보라고 한다. 들어가 보니 어제 정오 경에 항공사 사정으로 일정을 앞당겨 오전 10시 반에 출발한다는 사항을 단 몇 줄로 간략하게 보낸 메일이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내가 표를 구입했던 여행 앱 상에서는 어떤 변동 사항도 공지되지 않았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30여 년간 외국 여행을 다녔지만 이런 사례는 없었다” “여행 중인 사람이 어떻게 매일 e 메일을 체크하냐?”라고 거세게 항의했다.
이미 떠난 비행기는 어떻게 할 수 없어 라이언 에어 측에서 당일 일정 다른 비행기를 알아보더니 오후 비행기는 이미 만석이라 저녁 7시 반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했다. 눈앞이 깜깜했다. 오전 11시도 안 된 시간인데 저녁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재발권을 한 뒤 다시 의자로 가 기다리기 시작했다.
족자카르타 공항은 그렇게 크지 않았고 부대시설도 별로 많지 않았다. 휴대폰 충전 시설을 찾지 못해 필요할 때만 잠깐잠깐 폰을 사용했는데, 가까이 있던 한 인도네시아 청년이 어떤 구조물 옆에서 휴대폰 충전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둥근 선반처럼 생긴 구조물이 폰 충전대였다. 우리도 그 근처에 있으면서 폰을 충전했다. 그러다 그 청년이 자리를 뜬 후 아예 우리 캐리어를 그쪽으로 가져다 놓고 가까이에서 휴대폰 충전을 했다.
저녁 시간까지 있어야 하니 몇 안 되는 쇼핑 시설을 구경하기도 하고 공항 내부와 식당들을 살펴보았다. 한 식당에서 백인 관광객 가족 4명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아마도 우리처럼 급작스런 비행 스케줄 변동을 파악 못해 비행기를 놓친 것으로 보였다. 점심은 햄버거 파는 곳에서 콜라랑 햄버거를 사서 때웠다. 오후 시간에는 가져간 책을 읽다가 듀오링고 스페인어 공부를 줄기차게 했다.
드디어 오후 6시 무렵이 되자 체크인이 시작되었고 우린 캐리어를 부친 후 공항 탑승장으로 들어갔다. 탑승장 내에 있는 식당 가운데 한국 라면을 파는 곳이 있어 라면을 시켜 먹었다. 그러다 옆자리에 앉은 30대 남성이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인도네시아 바틱 셔츠를 입고 있어 현지인인 줄 알았는데 한국 사람이었다. 우리가 한국말하는 걸 듣고는 인사를 하게 돼서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족자카르타에서 식육 식당 사업을 하고 있다고 했으며, 부인이랑 아이는 한국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한국식당을 오픈할 계획인데 그 이유가 족자카르타에 20대 젊은 학생 인구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표현을 빌자면 한국의 연고대 같은 사립대학들을 위시해 여러 대학교가 있어서 다른 도시보다도 젊은 20대 인구밀도가 훨씬 더 높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함께 모여 흥겹게 노래 부르고 춤을 추던 젊은이들이 생각났다.
7시 30분 예정이던 탑승이 계속 지연되어 드디어 밤 8시 30분이 넘어서야 비행기가 출발했다. 아침에 보았던 외국인 가족들도 함께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던 것이다. 1시간 여의 비행 끝에 마침내 비행기는 발리 덴파사르 공항에 도착했다. 하루 종일 공항에서 지겹도록 대기한 끝에 밤 10시 가까이 되어서야 발리에 도착한 셈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The Last Paradise in the World’라는 표지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공항을 나오자 우리 이름을 들고 서 있는 한 남성이 보였다. 꾸따 파라디소 호텔 예약할 때 공항 픽업이 포함된 걸 예약한 덕분에 늦은 시간임에도 우리를 픽업하러 나온 것이다. 반가웠다. 호텔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한 10-15분 걸려 호텔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했다. 개방된 공간인 호텔 로비에 도착하니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 드디어 발리에 도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예상보다 늦게 온 터라 원래 예약했던 방들은 다 나가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객실로 안내했다. 자쿠지가 딸린 넓은 객실은 처음이라 하루 동안의 수고로움이 조금이나마 보상받는 기분이었다. 피곤한 몸으로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