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꾸따 비치
발리 꾸따 (2025. 7. 10. 목)
아침에 일어나 발코니에 나가보니 별세상이 펼쳐져 있었다.
크고 작은 풀장이 내려다 보였고 호텔 담장 밖으로는 꾸따 비치의 파도 소리가 들렸다. 날씨는 화창하고 기분 좋은 선선한 바람이 피부에 와닿았다. 일단 자동차와 오토바이 매연을 느낄 수 없는 맑은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왔다. 자바 섬에 있는 도시들을 여행할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조식 레스토랑으로 보이는 장소에는 벌써 투숙객들로 붐비는 듯했다. 서둘러 세수를 한 후 1층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제까지 묵었던 인도네시아의 여타 호텔보다도 규모가 컸다. 지은 지는 좀 오래되었지만 나름 품위도 있고 무엇보다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듯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니 맑은 음악 소리가 들렸다. 당연히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일 거라 생각했는데 넓은 레스토랑 중앙에 자그마한 무대가 있고 음악을 연주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대나무로 된 몸통을 고무로 만든 채로 튕겨서 소리를 내고 있었다. 옆에 있는 안내문을 보니 린디크(Rindik)라는 발리의 전통 악기라고 되어 있었다. 마치 실로폰이나 마림바처럼 생겼는데 소리가 참 고왔다. 아침 분위기에 어울리는 화사하고 맑은 소리였다. 연주자들에게 감사의 눈인사를 보낸 후 식사를 시작했다. 레스토랑이 엄청 넓었는데 거의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역시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호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호텔 뒤쪽으로 바로 연결되는 꾸따 비치로 나갔다. 정오경에 울루와뚜 사원 개인투어가 있어서 시간을 잘 계산해야 했다. 이슬람교가 주 종교인 자바섬과는 달리 이곳 발리는 힌두교 신자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꾸타 비치 입구에 거대한 힌두교 조각상이 서 있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힌두교 바다의 신인 '바루나'(Baruna)가 바다거북을 앞에 두고 서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동상이 서 있는 건물은 해일 발생 시 긴급 대피소라고 하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꾸따 비치가 해마다 바다거북의 산란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어미 거북이 해변에 올라와 산란을 하면 일정 기간 새끼가 부화할 때까지 보호를 해서 6월 초쯤 다시 부화한 새끼 거북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는 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힌두교 바다의 신 바루나 동상에 바다거북을 함께 배치한 이유이다.
꾸따 비치는 부산 해운대나 광안리, 또는 제주의 해수욕장들보다는 훨씬 해안선이 길어 보였다. 프랑스 남단 니스(Nice)의 광대한 해안선이 생각날 정도였다. 좁은 인도를 중심으로 자그마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 지나는 사람들에게 호객 행위를 하고 있었다.
남편은 곧장 샌들을 벗고 성큼성큼 바닷물로 들어갔다. 나도 뒤따라 바닷물에 발을 담갔다. 넓디넓은 해안선! 끝없이 밀려왔다 다시 밀려가는 파도를 느꼈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후 지속적으로 겪어야 했던 도시의 매연으로부터 일순 놓여나 큰 행복감이 밀려왔다. 이른 시간이라 해수욕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고 서핑 보드를 타는 이들이 몇몇 있었다.
투어를 시작하기 전 점심을 먹어야 해서 해변가에 있는 피자집으로 가서 피자와 콜라를 시켜 먹었다. 사실 우리 둘 다 인도네시아에 도착한 이후 계속 현지식을 먹다 보니 자극적인 인도네시아 음식 때문에 둘 다 배앓이를 하고 있었다. 매운 삼발 소스가 문제였다! 맛이 있어 계속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아프고 덩달아 화장실에 자주 가는 사태가 발생해 가급적 당분간은 매운 인도네시아 음식은 삼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