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인도네시아 여행을 마무리하며

by 권혜경

또 다른 여행을 꿈꾸며


2주간의 인도네시아 여행이 끝났다.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 있으면서도 상대적으로 먼 거리 때문에 그동안 가볼 기회가 없었던 인도네시아! 정년 후 시간적으로 좀 더 여유가 생기다 보니 비행 거리가 조금 있어도 여행 목적지로 삼았다. 여행 준비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여행 책자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발리’에 대한 여행 책자가 한 종류 있어서 그 책을 구입해 읽는 것으로 여행 준비를 시작했다.


2억 8천에 달하는 막대한 인구와 성장 일로에 있는 경제 규모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인도네시아 국가 자체에 대한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은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검색 자료와 개인 여행자들이 남긴 인도네시아 여행기들을 부지런히 찾아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J인 성격 덕분에 여행의 사전 조사를 매우 즐기는 타입이다.


2주간의 인도네시아 여행에 있어서 방문할 도시를 선정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은 자바섬의 제일 큰 도시인 자카르타로 들어가서 반둥, 족자카르타, 수라바야 등을 거친 후 발리로 넘어가는 동선을 세웠다. 무엇보다 족자카르타는 오래된 역사와 사원의 도시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두었다. 반둥과 수라바야를 두고서 고민을 조금 했다. 수라바야는 마치 우리나라의 부산처럼 자카르타 다음으로 규모가 큰 해양 도시여서 관심이 갔다. 또한 반둥은 50년대 중요한 비동맹 국제회의가 개최된 도시라는 점이 방문의 필요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만들었다. 결국 수라바야 대신 반둥을 택했다. 그러니 여행 동선이 자카르타-반둥-수라바야-발리로 정해졌다.


KakaoTalk_20251104_155112971_04.jpg 족자카르타 보로부루드 사원 불탑에 새겨진 부조


다음 문제는 발리로 넘어가 어느 곳에서 며칠을 묵을지를 정해야 했다. 다시 발리 지도를 펼쳐 놓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멋진 해변으로 둘러싸인 발리의 특성상 한 사흘은 해변가에서 지내고 이후 사흘은 내륙 우붓으로 가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발리에서의 첫 사흘을 어느 해변에서 묵을지를 결정해야 했다. 꾸따, 스미냑, 짱구 등 이름도 생소하기 그지없는 해변 이름을 두고서 다시 검색에 들어갔다. 유튜브 영상들도 참고했다. 결국 가장 오래된 해변인 꾸따에서 사흘을 묵기로 했다. 꾸따보다 더 세련되고 멋지다는 스미냑, 짱구 등의 비치는 꾸따에 머무는 동안 하루 정도 시간을 내 가보기로 했다.


동남아시아의 경우에는 숙박비가 유럽이나 미주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그래서 동남아 여행을 할 때는 큰 부담 없이 좋은 호텔에 묵을 수 있다. 일단 호텔 평점을 참고하지만 개별 호텔에 대한 숙박 손님들의 자세한 평가까지 일일이 다 훑어보아야 한다. 그래야 보다 정확한 평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호텔을 정해 왔는데 그동안 그다지 큰 문제는 없었던 것 같다.


KakaoTalk_20250927_165650338_02.jpg 발리 꾸따 비치 풍경


2주간의 인도네시아 여행! 아시아 국가이기 때문에 유럽이나 남미, 또는 아프리카의 국가들을 여행할 때보다는 심리적으로 편안했던 것 같다. 자카르타나 반둥, 족자카르타, 나아가 발리에서도 겪었던 수많은 인파! 그리고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내뿜는 매연! 이런 점은 베트남이나 태국, 라오스 등 다른 동남아 국가들을 여행할 때의 기억을 다시 소환하는 듯했다. 하지만 어느 곳을 가나 치안에 큰 문제가 없는 안전한 도시 풍경은 이번 인도네시아 여행을 참 편안하게 만들었다.


반둥이나 족자카르타에서 만났던 거리의 사진사들! 스마트폰과 셀카가 대중화된 현대 사회이면서도 도시 중심부에 전문 사진사들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놀랍기까지 한 풍경이었다.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을 곱게 차려입은 연인이나 친구들, 또는 가족과 동료들은 사진사의 카메라 앞에서 연신 웃으며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또한 드라큘라나 해골 분장을 한 채 함께 사진을 찍으며 수고비를 받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슈퍼맨이나 스파이더 맨 분장을 하고서 손님을 기다리던 미국 할리우드 도심의 풍경이 오버랩되었다!


무엇보다 여름휴가 동안 놀러 나와 술 한 방울 입에 대지 않고 가족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인도네시아 남성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슬람교도가 대다수인 자바의 도시들, 자카르타와 반둥, 족자카르타에서 목격한 평화롭고 가정적인 모습이었다. 힌두교도가 많은 발리의 분위기는 자바와는 크게 달랐다. 술에 관대한 힌두교의 특성답게 발리의 밤은 화려한 음주가무의 천국 같았다. 물론 그 천국을 즐기는 대다수는 외국인 관광객들이긴 하지만... 같은 나라이면서도 서로 다른 분위기가 존재하는 나라였다.




이번 겨울에는 이집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고대 국가인 이집트와 그리스를 아직 가보지 못했다. 이번 이집트 여행은 이제까지 개별 여행을 떠나던 것과는 다른 형식의 여행이다. 모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이집트 전문가 곽*수 교수가 인솔하는 이집트 문명 탐사단에 속해서 함께 가는 여행이다.


처음엔 이집트 역시 개인적으로 가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곳은 영어도 잘 통하지 않을 거고, 카이로부터 시작해 룩소르, 아스완, 아부심벨 등으로 이어지는 유명한 장소를 둘이서 여행하는 건 마치 수박 겉핥기식의 여행이 될 확률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어느 날 조간신문 하단에 난 ‘이집트 문명 탐사단 모집’ 광고를 보고는 ‘이거다!’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남편 역시 이집트 여행의 질을 높이려면 이번엔 이런 전문 프로그램에 합류하는 게 낫겠다고 동의했다.


일단 예약을 해서 9박 12일의 프로그램을 받아 보았다. 계속 새벽에 일어나 이동하는 식이어서 쉽지 않은 여정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주최 측에 문의해서 프로그램을 마친 후 일행과 함께 돌아오지 않고 사흘 정도를 더 체류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그 덤으로 얻은 사흘을 어디서 보낼지 한참을 고민했다. 결국 카이로에서 하루 정도 더 머물다가 인근에 있는 또 다른 고대 도시 알렉산드리아로 가 이틀을 더 보내다 돌아오기로 결정했다.


알렉산드리아는 BC 332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건설한 도시이다. 특히 기원전 3세기 경에 건립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고대 헬레니즘 학문과 과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당시 각지에서 초청된 학자 100여 명이 자연과학과 문헌학 등을 연구하고 강의하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고대 로마 카이사르(시이저)의 이집트 원정 시기에 일어난 대화재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불탔다고 한다.


2002년 10월 16일,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 고대 도서관을 기념하는 의미로 새로운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이 설립되었다. 내가 알렉산드리아에 가고 싶은 이유이다. 고대 학문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아우라를 느껴보기 위해서이다.


여전히 또 다른 여행을 꿈꾸는 나!

인도네시아 여행에 대한 ‘햇빛’ 같은 추억과 이집트 여행에 대한 기대가 섞인 채 일상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