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키 포레스트와 우붓 시장
우붓 (2025. 7. 14. 월)
인도네시아 여행 마지막 날이다. 오늘 밤 비행기로 한국으로 돌아간다.
아침 식사는 에그 베네딕트로 주문했더니 너무나 예쁘게 디스플레이되어 나왔다. 물론 맛도 좋았다. 주스랑 열대 과일도 함께 먹었다.
식사 후 짐 정리를 한 뒤 체크아웃을 했다. 프런트 데스크에 있는 여직원들과 잠깐 수다를 떨기도 했다. 내가 끼고 있는 은 팔찌랑 반지 세트가 예쁘다고 칭찬하며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손님에 대한 의례적 관심이기도 하지만 예쁜 걸 보면 당장 관심을 보이는 여성들의 특성인가! 객실 침구가 너무 눅눅하긴 했지만 그래도 발리 우붓의 특징을 잘 담아낸 아주 아름답고 독특한 호텔이었다.
오전에는 먼저 아직 가보지 못한 몽키 포레스트(Monkey Forest)를 방문했다. 숙소에서 그리 멀지 않아 걸어가는데 도로 양편으로 시선을 잡아끄는 멋진 가게들이 늘어서 있었다. 호텔이나 중심지 주변에서 보던 관광 상품 위주의 가게들보다 더 고급스럽고 독창적인 상품들이 많이 보여 나중에 돌아올 때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몽키 포레스트는 우붓의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라 오전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붐볐다. 입장료는 두 사람 분 20만 루피아였다. 원숭이들이 그리 몸집이 크지 않았는데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아 관광객들에게 스스럼없이 다가와 먹는 걸 달라고 했다. 특히 생수병이나 과일, 과자가 눈에 띄면 바로 와서 낚아채려고 했다. 곳곳에 옥수수랑 고구마를 쌓아두었는데 원숭이들 먹이였다.
약간 한적한 곳에 원숭이들이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니 그중 한 두 마리가 우리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손에 쥔 게 없어서 가만히 있었더니 갑자기 한 마리가 남편의 배낭 옆 포켓에 삐죽 나와있던 물휴지를 낚아채 갔다. 말릴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들고 가서는 다른 원숭이들이랑 휴지를 빼기도 하고 비닐을 뜯기도 하였다. 두어 시간 원숭이들을 보며 즐거운 오전을 보낸 것 같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바틱을 파는 숍에 들어가 바틱 스카프 두 장을 샀다. 100% 실크에다 바틱으로 여러 번 염색을 했는데 색감이나 무늬가 일반 관광지 상품과는 달리 고급스러워 보였다. 한 장에 거의 18만 원 정도 정찰제 가격이었다. 사실 여행 떠나올 때 80대 후반인 어머니께서 용돈을 주셨다. 받지 않겠다고 아무리 거절을 해도 결국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용돈을 받아왔었다. 여행하면서 내내 어머니께 무슨 선물을 사 갈까 고민했었는데 마음에 드는 선물을 고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 선물로 비슷한 바틱 스카프 두 장을 골라 구입했다. 늘 어머니 일에 함께 하는 고마운 동생이다.
돌아오는 길에 ‘남* 식당’이라는 한국 음식점이 보여 들어갔다. 60대 정도의 한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순두부찌개와 된장찌개를 시켜 맛있게 먹었다. 남편이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도 옆에서 인도네시아에서 살며 요식업을 하는 사장님의 경험담을 들었다.
다시 중심지로 와서 일전에 봐두었던 논(Magical Rice Field) 구경을 하러 좁은 골목길 같은 곳으로 들어갔다. 조금 지나니 논 사이로 좁은 길이 나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친근한 논 풍경이었다. 다만 주위로 발리 특유의 열대 수목들이 높이 자라고 있어 독특한 풍광을 선사했다. 골목 하나 더 들어왔을 뿐인데 밀려드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매연, 그리고 북적대는 관광객들로부터 벗어난 조용하고 푸근한 아름다운 길이었다. 이따금 서양 여행객들과도 마주쳤는데데, 아마 논을 본 적 없는 그들의 눈에는 아주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조금 걸어 들어가다 발리 공항까지 먼 길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도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우붓 시장에 갔다. 선물 외에 기념품을 한두 가지 사고 싶었다. 지나다니면서 눈으로만 점찍었던 동그란 장식품 두 개를 괜찮은 가격으로 구입했다. 흰 바탕에 반짝이는 거울과 색유리가 예쁘게 모자이크 되어 있는데, 하나는 BALI라는 글자와 물고기 모양이 새겨져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빨간 꽃이 새겨져 있었다. 거실 장식장에 두면 두고두고 발리를 기억할만한 기념품들이었다.
밤 11시 45분에 발리 덴파사르 국제공항에서 떠나는 비행기를 예약했기 때문에 오후 4시경에 다시 호텔로 돌아가 짐을 찾은 후 그랩 택시를 불러 우붓을 떠났다. 공항으로 가는 길 역시 엄청난 교통 체증으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공항에 도착하니 아직 체크인 시간이 많이 남아 있어 출국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발리 공항은 각양각색의 여행객들로 넘쳐나는 인종 전시장 같았다. 공항 내 붐비는 식당에서 겨우 저녁을 해결하고 시간을 보내다 보니 9시 가까이 되었다. 체크인을 한 후 공항 탑승장으로 들어갔다. 환전한 루피아가 조금 남아있어 면세점에서 와인 두 병을 샀다. 거의 밤 12시가 되어 탑승을 했고 다음 날인 7월 15일 화요일 오전 8시 5분에 무사히 인천 공항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