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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루카 Jan 19. 2022

당신이 책 몇 권 읽었다고 대단해지는 것은 아니다

(제가 앞으로 쓰려는 책 서문입니다)

세상은 독서를 우아한 취미로 포장한다. 독서를 하면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선입견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나는 이러한 현상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싶다. 당신이 책 몇 권을 읽었든 그것이 당신을 반드시 대단하게 만들어 주지는 못한다. 책은 눈으로 읽는 사물일 뿐, 당신의 정신적 성장을 보증하는 기능 같은 것은을 갖지는 않는다.


물론 나라고 독서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독서가 실제보다 고평가되어 있다는 점에 대해서 분명히 밝히고 싶다. 사고가 경직되지 않은 사람에 한하여 독서는 생각의 범위를 넓혀 준다는 측면에서 분명 좋은 취미가 맞다. 하지만 생각이 넓어지는 것과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은 서로 별개의 현상으로 보아야 한다. 자식들에게 맛있는 것을 먹이고, 대학 졸업장을 쥐어 주고 싶어서 험한 일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중졸 부모를 하찮은 인생이라고 폄하할 수 있을까? 반면 지식인으로 인정받아 높은 지위를 얻었지만 이를 이용하여 갑질과 막말을 일삼는 사람을 대단하다고 추켜세울 수 있을까?


공교롭게도 현실은 아름답지 못해서 나쁜 지식인들은 추종자들이 터뜨려 주는 샴페인을 맞으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반면 선량하지만 책을 많이 읽어 보긴커녕 맞춤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은 냉대를 면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즉,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이고 책을 안 읽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는 등식이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은 비단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여느 선진국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매스미디어의 자극적인 컨텐츠에 대항하여 독서를 권장하는 목소리가 나도는 것 또한 세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어디 권장만 할까? 어떤 책을 골라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가이드라인을 정해 주지 않은 채 독서만 하면 삶의 질이 좋아진다는 말로 속이고, 그렇지 않으면 엘리트층에게 이용만 당할 것이라며 겁을 준다.


독서홍보꾼들이 독서의 장점을 올바로 평가하고 있어서 이를 전파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간편히 눈으로 즐길 컨텐츠가 마구잡이로 쏟아지는 작금의 세태에 대한 이유 모를 거부감 때문에 독서 복고시대를 일으키고 싶은 것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어쨌든 그들의 노력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어서 독서가 체질에 안 맞는 사람들도 서점으로 불러들이기는 하고 있다.


대한민국에 잠깐 인문학 열풍이 불던 시기에는 독서입문서가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단 주변에서 하도 독서가 좋다고 떠드니 시작은 하겠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모르니 ‘독서를 배우기 위한 독서’부터 하려는 소비자의 심리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책을 안 읽던 사람들에게는 흰 바탕 위에 써진 글을 읽는 단순한 행위가 스트레스로 작용할 것이므로, 그들이 고르는 독서입문서도 글자와 페이지 수가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책 한 권 다 읽으면 그들이 얻을 것은 뭔가 대단한 성장이 아니라 그저 남들이 좋다고 하는 독서를 드디어 해냈다는 안도감뿐일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쓰는 1차 목적은 1년에 책 한 권 안 읽는다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으며, 이 세상에 독서를 대체할 훌륭한 콘텐츠가 많음을 알려 주는 것이다. 하지만 책과 담 쌓는 사람이 내 책을 읽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므로 2차 목적은 독서로 대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편견을 깨뜨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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