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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루카 Dec 06. 2021

철학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Crash Course Philosophy 제1화 『What Is Philosophy?』를 요약 번역해 봤습니다.

사람들은 자기 의견을 피력할 때나 특정 주제에 대한 접근법을 설명할 때 철학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를테면 누구는 골프에 대한 철학이 있다는 식이죠. 하지만 저는 기원전 500년경 그리스로부터 유래한 철학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아시아에 불교와 자이나교가 한창 발전할 당시 그리스에서는 이제 막 철학적 사고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필로스와 뮈토스, 즉 현대적으로 대충 번역하자면 과학과 스토리텔링 사이의 구분법이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필로스는 과학으로 번역되는 단어가 아닙니다만, 영상 원본 내용을 필터링 없이 반영했습니다.


호메로스와 같은 시인들은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우주를 설명했고, 철학자들은 그보다 좀 더 분석적이고 과학에 가까운 설명 모델을 고안했습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당시에 현대적 의미의 과학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필로소피아(직역하자면 지혜를 사랑하는 학문)는 우주를 이해하는 혁신적인 학문이었습니다. 초기 철학자들은 골프를 포함한 아무 연구 주제에 철학이라는 단어를 달았습니다.


과학과 철학


플라톤의 아카데미아, 그리고 그 라이벌 격인 아리스토텔레스의 뤼케이온은 서구 사회 최초의 대학으로 꼽힙니다. 이 곳에서는 수학, 생물학, 물리학, 시학, 정치학, 천문학이 모두 철학의 범주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학자들은 점차 각 분야를 따로 구별하기 시작했습니다. 경험주의적 색체가 가미되고 해답이 추구되는 학문은 과학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반면 철학은 질문 그 자체를 다루는 학문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약 2,500년이 지난 현대의 철학자들은 고대 그리스인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여전히 질문을 습관적으로 던집니다. 때로는 이전에 제기된 질문을 또 던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답에 집착하지도 않죠.


형이상학


그렇다면 철학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괴롭혀 온 질문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일단은 '세상은 어떤 곳인가'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얼핏 들으면 주변 사물을 둘러보고 나서 간단히 답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문제를 관찰만으로 해결한다면 철학적 접근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철학자라면 보다 복잡한 질문들도 같이 던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현실은 어떤 성질로 구성될까', '세상은 물질 및 에너지만으로 이루어질까, 아니면 다른 요소도 있을까', '만일 물질 및 에너지만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들은 어디서부터 기원할까', '신은 존재할까', '존재한다면 그는 어떤 분일까' 등의 질문을 던지겠죠.


세상에 대한 질문만으로 끝날까요? 세상의 일부로서 나 자신의 성질에 대한 질문도 이어집니다. '나는 어떤 종류의 존재일까', '내게는 영혼이 있을까', '내가 죽고 나면 비물질적인 존재가 될까'라는 식으로 말이죠.


철학자들은 이들을 형이상학적 질문이라 부릅니다. 형이상학은 철학의 3대 갈래 중 하나로서 세상, 우주, 존재의 근본 성질을 탐구합니다.


인식론


철학의 3대 갈래 중 두 번째로는 인식론이 있습니다. 세상은 정말 내가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일까? 내가 보고 생각하고 경험하는 대상 모두가 진실일까? 그게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진실이며, 진실을 알아낼 최선의 방법은 무엇일까? 과학이 최선일까, 아니면 과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 지식 모델이 별도로 존재할까?


가령 탐구와 사색 끝에 진실에 대한 깨달음을 몇 가지 얻었다고 칩시다. 그럼 내가 올바르게 깨달은 것인지는 어떻게 확인할 것이며, 내가 틀렸음은 또 어떻게 확인할까요? 과연 우리가 의심 없이 옳다고 여길 대상이 있기는 할까요?


가치론


누구나 한 번 쯤은 '나는 실존하는가', '내가 아는 게 있기는 할까'라는 질문을 고민해 봤을 겁니다. 한편 철학의 3대 갈래 중 마지막으로 가치론에서는 내가 어떻게 행동하고 여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가치론은 또 주로 두 갈래로 나뉩니다.


i) 윤리학


그 중 하나는 윤리학입니다. 철학자들은 무엇이 윤리적이고 무엇이 비윤리적인지에 대한 주제를 넘어, 인류가 어떻게 더불어 살 수 있을지를 질문합니다. 즉 윤리학은 남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데 그치지 않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낯선 사람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서로 다르게 대우해야 할 이유가 존재할까? 나는 내 자신을 올바로 대하고 있을까? 우리는 동물이나 지구를 올바로 대하고 있을까? 내가 올바로 행동할 의무가 있다면 그 의무는 어디서 나올까? 대체 그 의무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선과 악을 가르는 기준은 개인의 가치관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윤리학은 가치론으로 분류됩니다.


ii) 미학


무엇이 올바른가의 질문 외에 무엇이 아름다운가의 질문도 가치론적 사유에 해당합니다. 미학은 미와 예술을 다룹니다. 현대에는 언론, 미술대학교, 미용실 등 아름다움에 대한 말들이 오가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철학자들은 그 아름다움이라는 게 대체 무엇인지, 그리고 아름다움에 실체가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미학이 가치론에 해당하는 이유는 아름다움 및 예술성의 척도가 우리의 평가 및 가치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철학자 중 이 분야를 연구하는 미학자들은 아름다움에 실체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들은 우리가 끌리는 대상뿐만 아니라 티 없는 진실도 아름다움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봅니다.


논리


철학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진다지만 그렇다고 답을 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철학자들은 답에 도달할 때까지 논리라는 도구함을 사용합니다. 그 안에는 톱, 망치, 현미경, 비커 등 없는 게 없어서 체계적인 지식 탐구 및 설계에 쓰입니다. 우리는 논리적 사고가 강할수록 철학의 영원한 적인 '오류'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습니다.


일상적 철학


형이상학, 인식론, 가치론이 매우 추상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사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매일 알게 모르게 철학을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는 친구와 토론을 할 때, 연애를 할지 고민할 때, 햄과 치즈 대신 샐러드를 먹기로 결정할 때 세상과 그 안의 나를 생각한다는 점에서 철학을 실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소중히 아끼는지, 그것을 왜 아끼는지, 그 점에 대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 모두가 철학적 사고에 포함됩니다.


학문적 의미의 철학은 흔히 접하기 어렵습니다. 유능한 철학자는 많이 아는 사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유 방법을 아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있으니, 각자 거기에 대해 만족할 만한 답을 찾을 때까지 열심히 사유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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