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인은 부동산을 사랑할까?

by 레드 버틀러

한국인은 부동산, 그중에서도 특히 아파트를 사랑한다. 한국 사회에서 부동산은 단순한 투자 수단을 넘어 생존과 성공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표현이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 뒤에는 분명한 사회·경제적, 역사적 이유가 있다.

첫째, 부동산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자산이다.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복잡한 전문지식이 요구되지 않고, 일상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대상이 바로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집값, 전셋값, 월세는 뉴스와 일상 대화에서 끊임없이 화제가 된다. 이러한 친숙함은 부동산을 가장 대중적인 투자처로 만들었다. 더불어 금융자산이 보이지 않는 숫자에 불과하다면, 부동산은 눈에 보이는 실체를 가진 자산이라는 점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오늘날에는 잘 쓰이지 않지만, 예전에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었던 평범한 사람을 일컫는 ‘복부인’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한국의 압축적 경제성장 과정에서 부동산은 다른 자산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이러한 경험은 강력한 학습 효과로 남아 여전히 사람들의 선택에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10년간 주요 자산의 누적 수익률을 보면, 서울 주택의 수익률은 157.8%로 코스피 지수(25.3%)나 달러 자산(19.5%)을 크게 상회한다(경향신문, 2025년 10월 8일). 그 결과 한국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높다. 「주요국 가계자산 구성 비교 및 정책과제」에 따르면, 한국 가계의 비금융자산 (부동산 등) 비중은 64.5%로 미국(32.0%), 일본(36.4%), 영국(51.6%) 보다 현저히 높다(매일경제, 2025년 12월 8일). ‘부동산은 절대 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신화와 ‘가장 확실한 투자 수단’이라는 믿음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셋째, 부동산은 인플레이션을 방어해 주는 안전자산이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 가치는 떨어지지만, 부동산 가격은 대체로 물가 상승과 함께 움직인다. 토지비용, 건축 자재비, 인건비 등 비용이 상승하면 결국 부동산 가격도 오른다. 임대차 계약 역시 일정 부분 물가 상승을 반영하기 때문에, 임대인은 실질 자산 가치의 하락을 비교적 잘 피할 수 있다.

넷째, 주택 소유는 오랫동안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성공과 안정의 상징이었다. 집을 소유했는지는 단순한 주거 문제를 넘어 개인의 성취를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명절에 자연스럽게 오가는 “집은 샀니?”라는 질문은 이러한 문화를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은 사회적 압박과 불안, 그리고 소유에 대한 욕망은 부동산에 대한 사랑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다섯째, 부동산 투자 성공을 보도하는 신문과 인터넷 미디어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사회는 공정성과 형평성에 특히 민감한데,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확산될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강하게 자극한다. 이러한 감정은 결국 충분한 판단 없이 부동산에 뛰어드는 ‘묻지 마 투자’로 이어지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은 노후 대비의 가장 확실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연금이 노후를 충분히 보장해 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고, 사회안전망 역시 탄탄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 결과 많은 사람은 주택이나 상가를 매입해 임대 수익을 얻고, 이후 매각 차익을 통해 노후를 대비하는 방식을 선택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도 부동산이 언제나 안전한 투자처일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상가를 중심으로 공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대면 중심의 상권이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과 수익률의 지역 간 격차도 갈수록 커지는 양극화 현상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을 바라보는 인식 역시 변화하고 있다. 우리금융그룹의 2025년 「AI 시대 시니어 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기성세대는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축적해 왔음을 인정하지만, 자녀 세대는 부동산으로 더 이상 돈을 벌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이데일리, 2025년 12월 10일).

한국인의 부동산 사랑은 특정한 사회·경제적 조건 속에서 진행된 집단 선택이다. 이 사랑이 부디 짝사랑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언제나 그렇듯, 짝사랑은 처음에는 설레지만 결국에는 아프기 마련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