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나와 짝을 이루어야만 서로의 맡은 일이 가능했던 동료가 나에게 물었다.
글쎄.. 나에게 어떤 대답이나 정답을 듣기 위해 물었다기보다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신념' 같은 걸 설명하기 위해서 묻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책상 옆에 서 있었고 그녀는 그녀의 모니터를 주시하며 앉아 있었다.
우리는 각자 손에 큼지막한 도넛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던킨도넛은 아니었다.
다른 동료가 맨해튼에서 사가지고 온 고오~급 도넛이었다. 12개의 도넛을 사기 위해 그는 꽤 긴 줄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 당시 맨해튼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도넛 가게였다.
도넛 한 개의 가격이 빅맥보다 비쌌던 도넛.
이런 도넛을 냠냠 먹던 중에 갑자기 나는 저런 질문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던킨에 가는 거야.
그랬다. 맞다.
사람들은 던킨에 가서 고급 도넛의 맛을 원하지 않는다.
딱 $1.50 만큼의 맛을 보장받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것이다. 여왕님의 티타임 테이블에 올라갈 도넛맛을 원하는 게 아닌 것이다.
우리는 제법 큰 도넛을 재빨리 먹어 치웠다. 근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손가락과 입 주변에 묻은 크림과 설탕 가루들을 냅킨으로 닦으면서 나에게 이런 말도 덧붙였다.
이 마지막 말이 그녀의 핵심이었다. 그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듣자마자 깨달음이 왔다. 나는 나보다 훨씬 어렸던 그녀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요약하자면 나에게 충고를 한 것인데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재빨리, 깊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의 던킨 앞을 지날 때마다, 어쩌다가 한 번씩 도넛을 사 먹을 때마다 언제나 그녀의 말이 생각나고 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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