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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Mar 03. 2023

사람들이 던킨에 왜 가는 줄 알아?

글쎄

나와 짝을 이루어야만 서로의 맡은 일이 가능했던 동료가 나에게 물었다.

글쎄.. 나에게 어떤 대답이나 정답을 듣기 위해 물었다기보다는 그녀가 가지고 있던 '신념' 같은 걸 설명하기 위해서 묻는 것 같았다.


영, 사람들이 왜 던킨에 가는 줄 알아?

음.. 글쎄.. 도넛 먹으러?라고 말할까 하다가 말하지 않았다. 저 질문에 이 대답은 바보처럼 들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녀의 책상 옆에 서 있었고 그녀는 그녀의 모니터를 주시하며 앉아 있었다.

우리는 각자 손에 큼지막한 도넛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던킨도넛은 아니었다.

다른 동료가 맨해튼에서 사가지고 온 고오~급 도넛이었다. 12개의 도넛을 사기 위해 그는 꽤 긴 줄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 당시 맨해튼에서 핫하게 떠오르는 도넛 가게였다.

도넛 한 개의 가격이 빅맥보다 비쌌던 도넛.

이런 도넛을 냠냠 먹던 중에 갑자기 나는 저런 질문을 받게 된 것이었다.




던킨은 모두들 너무 잘 아는 맛이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내가 이만큼의 돈을 지불하면 이런 맛의 도넛을 얻게 된다는 것. 그 믿음은 여간해서 깨지지 않아.

전국 어디 던킨에 가도 실패할 확률이 적어. 언제나 기대했던 그 맛이라고.

생각해 봐. 갑자기 어느 모르는 도시에 갔어. 급히 뭔가 먹어야 하는데 내 기분도 망치고 싶지 않고 내 돈도 잃고 싶지 않아. 그럴 때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잘 아는 맛과 익숙한 가격이지.

그래서 사람들은 던킨에 가는 거야.





그랬다. 맞다.

사람들은 던킨에 가서 고급 도넛의 맛을 원하지 않는다.

딱 $1.50 만큼의 맛을 보장받기 위해 그곳에 가는 것이다. 여왕님의 티타임 테이블에 올라갈 도넛맛을 원하는 게 아닌 것이다.

우리는 제법 큰 도넛을 재빨리 먹어 치웠다. 근무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손가락과 입 주변에 묻은 크림과 설탕 가루들을 냅킨으로 닦으면서 나에게 이런 말도 덧붙였다.


영, 나는 네가 던킨에서 고급 베이커리 도넛을 만들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해.


이 마지막 말이 그녀의 핵심이었다. 그녀는 이 말을 하고 싶었던 거다.

듣자마자 깨달음이 왔다. 나는 나보다 훨씬 어렸던 그녀의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요약하자면 나에게 충고를 한 것인데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재빨리, 깊게 알아들을 수 있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도 전국의 던킨 앞을 지날 때마다, 어쩌다가 한 번씩 도넛을 사 먹을 때마다 언제나 그녀의 말이 생각나고 귀에 쟁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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