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 답답해
여행을 하다 보면 그런 상황을 만난다.
나는 방관자, 관찰자의 입장인데 내 코 앞에서, 내 눈앞에서 전혀 모르는 타인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못하고 있는 경우 말이다.
그런데 그들이 무얼 원하는지 무얼 바라는지 나는 알아듣고 있을 때의 그 답답한 상황.
그런 상황.
최근 영어권이 아닌 나라의 시골 동네에 있는 어떤 가게에서
영어가 익숙하지 않은 어떤 남자 여행객과 영어에 역시 익숙하지 않은 가게 주인 여자가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에 내가 있었다. 나는 물 12개 묶음을 구입하려고 남자의 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남자 여행객은 작은 상처에 붙이는 bandage구입하고 싶은데 아무리 설명을 해도 가게 주인 여자는 알아듣지 못하고 있다. 각자의 언어로 말하고 있었다. 중간중간 각자의 악센트로 영어 단어를 말하고 있었다.
나는 왜! 저 남자의 영어 단어도 저 여자의 영어 단어도 들리는가!
이 상황에 나는 왜 저 남자와 저 여자를 동시에 이해시킬 방법을 알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가!
대부분의 경우 내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소통의 파티에 끼어들고 싶은 마음은 없다. 나는 반백년 이상 살아온 세월에 비해 그 세월에 걸맞은 ‘넉살 좋음’ 이 많이 결여된 인간이다.
그런데 불소통의 파티를 외면할 수 없는 경우가 더러 있다.
1. 어린 아이나 여자, 혹은 노인이 혼돈에 빠져 있을 때
영어를 전혀 못하는 중국인 할머니가 쌀쌀맞기로 유명한 사람들이 쌩쌩 외면하는 어느 공항에서 도탄에 빠져 있는 것을 보고 중국말을 전혀 못하는 내가 그 중국 할머니를 공항 직원에게 인도했다.
2. 나만 알고 있는 한국어가 꼭!!! 필요할 때.
사투리 없는 서울말과 표준어 구사할 수 있는 내가 유일한 해결사일 때. 하지만 요즘 쓰는 줄임말이나 새로 탄생한 단어에 약함 (생선이 생일선물인 줄 모름)
3. 당장의 내 이익이 걸려 있을 때
혼돈이 해결돼야 내가 들고 있는 물 12병을 얼른 결제할 수 있을 때
언제였더라
영국 영어를 하는 영국인과
일본식 영어를 하는 일본인 사이에서
한국식 영어를 하는 내가 일본인에게, 영국인에게 통역을 해주는 상황도 겪어 봤다. 하핫. 재미난 세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