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한 면이 있네
이번주 나에게는 나름대로의 '기대' 3가지가 있었다.
뽑히기를 바랐던 미국 47대 대통령
아직 한 번도 직접 공연을 보지 못했던 연주자의 콘서트에 대한 두근두근
국민을 향한 담화에서 혹시 '그만두겠습니다'라고 할지도
세 가지 기대가 그다지 '큰' 기대도 아니었는데 실망이 크다.
뽑히지 않기를 바라던 미국 대통령이 뽑혔고
두근두근했던 연주자의 1시간 20분 공연 중 초반 3-40분은 완전 이상했다.
연주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딱 듣기에 '아니, 오늘은 피아노가 치고 싶질 않나?' 하는 분위기를 뿜뿜하고 있었다.
후반에 들어가서는 조금 나아졌고 막판 1-20분은 아주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딱 한 번의 앙코르곡(야박하다)도 또 초반의 그 기운 - 아니, 오늘은 피아노가 치고 싶질 않나?- 하는 그 기운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니 앞으로 나는 그의 공연을 일부러 찾아서 가진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 간단한 앙코르곡을 내가 아까 집에서 한번 쳐봤다. 어제 그에게 없었던 것은 '진정성'이 확실하다.
실망했다.
나야 뭐 전문가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니지만. 내가 내 시간과 돈을 들이고 공을 들인 내 귀에, 내 기분에 그랬으면 그런 거지. 뭐.
나와 같이 연주회에 갔던 사람도 공연이 끝난 후 나랑 똑같은 말을 하는 것을 보니 나만의 느낌은 아니었나 보다.
마지막 기대.
혹시 스스로 잘못을 성찰하고 그간의 과오를 뉘우치며 '자진 퇴임' 선언이라도 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나는
아직 목요일밖에 안 되었는데 참 피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