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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Jul 12. 2019

코펜하겐? 거기가 어딘데?

도시 이름이야 나라 이름이야

정말 내가 저렇게 말했다. 부끄럽지만.

코펜하겐? 거기가 어딘데? 나라야, 도시야?


라는 똥 멍청이 같은 말을 전화에 대고 해 버렸다. 

나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던 상대방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교육받을 만큼 받은 성인 여자가 저런 말을 해버렸다. 어언 35년 전쯤 한창 꼬맹이들에게 유행이던 '부루마블' 놀이를 좀 더 열심히 했거나 '아이 엠 그라운드 나라 이름 대기' 놀이에 조금만 더 집중을 했더라면 저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을 것을. 쯔쯔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부끄러운 전화 통화를 마치고 급히 구글맵을 켜서 찾아본 코펜하겐. 덴마크.

덴마크의 수도인데 스웨덴 쪽으로 바짝 붙어있네



솔직히... 더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난 덴마크가 어디에 붙어있는 나라인지 잘 몰랐다.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이 대략 어디쯤 있는지 감만 있을 뿐이지 그 외의 여러 다른 유럽의 나라들이 오밀조밀 어디에 어떤 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잘 모른다.

내가 왜 이렇게 세계지리와 역사에 무식한 사람이 되었는가에 대한 핑계를 좀 대자면. 흠흠..

나는 국민학교(그렇다 나는 국민학교를 다닌 사람이다) 5학년 때쯤인가 학교에서 처음 '사회과부도'를 교과서와 함께 지급받았다.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사회과부도 비슷한 책을 받긴 받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학교에서 받은 교육과 공부가 그나마 이런 과목 저런 과목 두루두루 배웠던 '공교육'이었던 듯싶다. 하지만 세계사, 세계지리, 한문, 화학, 물리 등 몇몇 과목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자 시간표에만 존재하는 과목들이 되었고 실제로는 지리 시간에 수학을 공부하거나 화학 시간에 영어 문제집을 풀어야 하는 기형적인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주절이 쓰고 보니 이런 이유가 내 무식함을 가려줄 순 없다는 깨달음이 온다.

그냥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고 눈여겨 그런 쪽을 유심히 알려고 하는 노력이 없었구나라고 생각된다.




코펜하겐으로의 일정이 확정된 후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셀폰을 들여다보며 틈틈이 공부(?)를 했다. 

우선 코펜하겐이 덴마크의 수도이고 덴마크는 독일 위쪽으로 붙어있는 나라, 동쪽으로 강을 건너면 바로 스웨덴과 붙어있고 등등 기본적으로 지구 상에서 어디쯤 있는 도시라는 것만을 알았는데도 대단히 많은 정보를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지구본에서 '바로 여기!!' 하고 손가락으로 콕 집을 수만 있어도 그 나라에 대해, 그 도시에 대해 대단히 많은 것을 알게 된 거지. 그럼 그렇고말고. 나를 내가 막 칭찬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우리가'서울'에서 왔다고 소개하니까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서울' 이 나라인가 도시인가를 헷갈려하던 미국 동남부 어느 도시에 살던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갸우뚱한 표정을 보고 급히 '코리아'라고 덧붙였더니 그제야 아하~ 그러면서 '근데 북쪽 코리아야? 남쪽 코리아야?'라고 묻던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생각났다.

이후엔 누가 물어보면 '서울- 남쪽 코리아- 서울은 수도'라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아마 이들도 지구본에서 '코리아'를 손가락으로 콕 짚어낼 능력이 없으리라고 본다. 

여행 계획이 잡히기 전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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