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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Sep 19. 2019

햄릿성(Kronborg)? 거기가 어딘데?

햄릿이 왜 덴마크에?

햄릿 성이 왜 덴마크에?

무식쟁이의 무식함에서 나온 질문 같겠지만, 나만 이렇게 무식한 건 아닐 거다.

햄릿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고 셰익스피어는 영국 사람이니 갑자기 햄릿이 덴마크 해안에 바짝 붙은 '크론보르 성'에서 튀어나올리는 없을 것 같았단 말이다.

검색을 해보니 햄릿의 원래 제목이  <TheTragedy of Hamlet, Prince of Denmark> 이라는데 나는 왜 이런 이야기를 평생에 처음 듣는 것일까. 왜, 왜, 왜?

여하튼, 하여간

코펜하겐 중앙역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50분쯤 떨어진 헬싱외르 역에 내려 거기서 10~15분 정도 걸으면

이 '햄릿 성-크론보르 성' 이 나온다. 해안에 아주 바짝 붙어있는 성이었다.

이렇게까지 해안에 바짝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도록 바짝 붙어있었다.

설명을 읽어보니 왕의 '여름 궁전'이었다던데.

정말 덴마크의 왕은 코 앞에 스웨덴이 보이는 이런 위험한 지역에 일부러 와서 '여름'을 지냈을까?

의심이 많은 나는 왠지 믿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면 바이킹의 후손인 덴마크 사람들은 아주 용맹했을지도 모른다고 치고 의심을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강 같은 바다를 건너 스웨덴이 코 앞에 보여


이 햄릿 성에서 내가 여전히 궁금했던 것은

영국 사람 셰익스피어가 이 크론보르 성에 와본 적이 있었을까 없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햄릿에 나오는 '엘시노어 성'에 대한 묘사와 성의 구조, 특징 등이 여기 덴마크 해안에 우뚝 선 '크론보르 성'과 너무 흡사하여 아마도 셰익스피어가 이곳에 직접 와 봤던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셰익스피어가 직접 왔던 것이 아니라면 그가 소설의 자료들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고용하여 (셰익스피어 정도의 유명(?) 작가라면 그런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었을지도) 크론보르 성을 관찰시키고 나중에 전해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햄릿을 썼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어차피 진실을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으니 나는 내 맘대로 두 가지 가설 중 하나를 고르기로 했다.

나는 셰익스피어가 이곳에 직접 와본 적이 있었을 거라고 믿기로 했다. 

얼마나 낭만적인가!


궁전의 바닥은 거의 나무였다. 걸을 때마다 마루를 밟는 느낌이 참 좋았다.

어디선가 햄릿이 검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 아 두통...' 하면서 샬랄라 나타날 것만 같았다. 궁전의 분위기가 정말 그런 기분을 자아냈다.

1585년에 완공된 궁전이라는데... 어허... 1585년이라... 어허... 그때 우리나라는 뭐 하고 있던 때였나.. 그런 걸 생각하면서 궁전의 이곳저곳을 거닐었다.

이런 궁전에서는 조금 우아하게 나풀나풀 공주처럼 입고 거닐면 훨씬 기분이 좋겠다.. (나는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임진왜란 1592년! 로봇처럼 달달달 외우던 국사시간 연도가 입에서 튀어나왔다. 임진왜란 1592! 갑오경장 1894!

셰익스피어- 햄릿- 덴마크의 왕자- 엘시노어 성- 크론보르 성- 1585년- 그때 우리나라- 1592년 임진왜란

이런 걸 크론보르 성에서 생각하고 돌아서서 웃는 나는 정말이지 어떤 사람인가.


지하 감옥


그러다가 도착한 지하감옥. 그나마 사진에는 외부로 난 창이 뚫려 있어서 환히 내부가 보이지만 대부분의 감옥에는 창문이 없어서 코앞에 펼친 내 손바닥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했다.

으스스함을 넘어선 약간의 공포가 느껴질 정도였다. 동행의 소맷자락을 꼭 붙들었다. 


상황이 이런 지경이니 궁궐 안팎에서 보초를 서던 병사들이

"선왕의 유령을 보았어, 혼령이 되어서 나타났대."라고 할 밖에. 

햄릿이 하는 모든 고민의 근원이 바로 '선왕의 유령 출몰 소문' 이 아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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