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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Aug 08. 2019

말뫼? 거기가 어딘데?

말뫼의 눈물- Tears of Malmö

아침 겸 점심은 말뫼에 가서 먹지요


라는 일행의 말에 토를 달지 않았다.

말뫼? 거기가 어딘데?라고 또 물어보면 정말이지 이젠 영영 헤어 나올 수 없는 '거기가 어딘데' 바보 멍텅구리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물어보는 대신 구글 신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으응? 말뫼는 스웨덴에 위치한 도시 이름이라는데?

나는 지금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데 브런치를 스웨덴에 가서 먹자고? 위 아 더 월드.


응.... 뭐 그렇게 멀지는 않은가 보군. 여권도 챙겨요?


말뫼/Malmö
스웨덴에서 3번째로 큰 도시라고 하지만 16세기까지는 덴마크 영토였다고 한다.  스웨덴의 영토가 된 이후로 오히려 인구도 감소하고 경제도 그저 그런 도시로 전락을 했다가 철도가 항만까지 들어오자 급성장을 하게 되었다.
19세기 중반쯤부터는 조선업, 가공업 등이 발전하고 붐비는 항구를 중심으로 활기찬 도시로 변신을 했는데 언제나 그렇듯 흥하고 난 뒤에는 쇠퇴가 따라오는 법.
활기차던 조선업이 점점 쇠퇴하면서 말뫼의 자랑이던 '골리앗 크레인'을 우리나라 현대에 단돈 $1에 팔게 되었다. $1. 2002년에.
스웨덴 국영방송국에서 이 크레인의 해체와 맨 마지막 부속품이 배에 선적되는 과정을 중계하면서 장송곡을 틀었다고 한다. 주민들이 부둣가에 나와 눈물을 흘리며 지켜봤다고 한다.
그래서 말뫼는 그냥 말뫼.라고 안 불리고 언제나 말뫼의 눈물 이런 식으로 더 많이 불려진다고.
현대는 이 크레인을 말뫼에서 해체하고 그걸 다시 하나하나 울산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재조립을 하여 2013년까지 사용을 했지만 지금은..... 중단.


검색을 통해서 여기까지 알아놓고 말뫼로 출발했다.




서울에선 서울역으로 가면 대략 가고 싶은 모든 곳으로 갈 수 있듯이

코펜하겐에서는 코펜하겐 중앙역으로 가면 대략 가고 싶은 '남의 나라'까지도 갈 수 있었다. 말뫼까지 가는 방법은 버스와 기차가 있었는데 우리는 기차를 탔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쪽은 덴마트 저쪽은 스웨덴이라 도통 어디부터가 스웨덴이고 어디까지가 덴마크인지 알 수 없었다. 기차표 검사만 할 뿐 여권 검사라든가 입국 심사 같은 건 하지도 않았다.

이렇게 서로 휙휙 넘나들어도 괜찮은 건가 잠시 생각했다.


말뫼는, 스웨덴은, 내가 처음 와보는 도시이자 나라였다. 

덴마크에서 약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도착한 스웨덴이었다. 도시의 느낌은 덴마크와 대. 동. 소. 이했다. 

누군가 유럽의 멋과 맛을 잘 아는 사람이 나의 '대동소이'라는 표현을 듣고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정말 무식하군, 이렇게 다른 느낌을 보고도 대동소이라니라면서) 

잠깐을 달려 도착한 스웨덴 말뫼는 좀 전에 떠난 코펜하겐과 비슷해 보였다. 적어도 내 눈엔.


말뫼 스케줄을 구상한 나의 일행은 말뫼 방문의 이유가 딱 두 가지라고 말했다.

첫 째,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서 

둘째, 스웨덴에 와 보기 위해서

간단하고 명료했다. 좋다. 마음에 들었다. 하루에 완수해야 할 일들, 10가지를 따라 헤매고 싶지 않았다.




아침 겸, 점심을 먹을 식당은 '불'을 사용하지 않는 식당이라고 했다. 

지글지글 보글보글 지지고 볶고 튀기고 하는 메뉴가 없는 식당. 하여, 이름도 Raw Kitchen.

유일하게 식당에서 뜨거운 것은 커피와 차 종류뿐이었다. 비건(Vegan)들이 좋아할 것 같은 식당이었지만

잘 살펴보면 치즈 종류도 있고 해서 딱히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당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었다.


아몬드가루 도우 피자. 커피만 따뜻.


식당을 나서며 나중에 이런 식당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식당 주인도 식당 종업원도 식당 손님도 아무도 분주하지 않고 허겁지겁하는 기운이 들지 않았다.

지글지글 치이익~ 냄새도 안 나고 조용조용 상쾌 상큼. 유쾌한 식당이었다.


브런치를 먹었으니 말뫼에 온 목적 첫 번째를 달성했고

이미 말뫼, 스웨덴에 발을 딛고 있으니 두 번째 목표도 달성이 끝난 상태였다. 




주말이었는데도 도시는 너무 한가했다. 도시 전체 인구가 몇 명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름 날씨도 화창하고 기온도 괜찮았는데 내 예상보다 길에 사람들이 그렇게 들끓지는 않았다.

젊은 부부들이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유모차를 미는 것은 모두, 전부, 다 아빠들이 하고 있었다. 여자들이 유모차에 손을 댄 것을 보지 못했다. 여자가 하면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것처럼) 아주 여유롭게 느릿느릿 걷는 모습이 많이 보였고

강가 주변에서 햇살을 받으며 자전거를 타거나 벤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간간히 보였다.

평온하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도시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늙은 느낌이 나는 도시는 아니었다. 오히려 싱싱한 느낌을 받았다. 빠르지 않지만 싱싱한 느낌.


우리는 걸을 수 있을 만큼 많이 걷고

특이한 디자인의 소품을 파는 상점에 들어가 보거나(아무것도 사지는 않았다. 관광객처럼 관광하지 말자라는 모토가 있기에- 돈이 없어서. 흑흑) 14세기에 건축되었다는 교회에 들어가 잠깐 앉아 피곤한 다리도 쉬게하고

오르간 연주도 듣고(마침 튜닝 중이었다) 신께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공원을 산책하고

강변을 따라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모두들 각자, 혼자, 조용히 했다.


시간이 2배로 느리게 흘러가


오전에 도착했던 기차역으로 다시 돌아가 아무런 출국심사 같은 것도 없이 스웨덴을 빠져나와

다시 기차를 타고 해협을 건너 아무런 입국 심사도 없이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기 전에 다시 코펜하겐으로 돌아왔으니 총 8시간 정도 말뫼에서 시간을 보낸 듯싶다.


조급하지 않게 여유를 가지고 조금 느린 듯

그러나 싱싱하고 생생하게

그 두 가지를 다 가지고 살고 싶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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