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차 버튼이 없다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한다.
혹은 없었을 때에 대하여 떠올려보려고 애써본다.
우리는 그때, 어떻게 버스에서 내렸었나.
뒷문에 서있으면 기사님이 눈치껏 내려줬던가,
목청껏 '저 내려요!'라고 외쳐서 우리의 방향을 힘껏 주창하면서 내렸을까.
정말 어린 아침 속에 있는 텅 빈 버스 안에서,
삐- 하고 울리는 정차 버튼만이 소리를 내는 고요 속에서
그런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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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 대해서 더 예민해진 사람들과 섞여 움직인다.
나조차도 가까이 다가오는 누구에게라도 화를 내려고
잔뜩 곤두서 있었다.
입을 모두 가리고 잰걸음으로 멀어지는 동안에
풀빵을 굽는 아저씨는 맨 입으로 한숨을 푹 쉰다.
'너무 지치는 구만...'
머물지 않는 곳에서 쌓여있는 풀빵들만이 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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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올해의 꽃이 필 때가 다가오고 있다.
아마 그때에도 마스크를 끼고 있을 듯싶다.
다만, 다른 이유 때문이었으면 좋겠다.
원수 취급했던 미세먼지와 꽃가루들이
지금 우리가 앓고 있는 넓이를 뺏어줬으면
차라리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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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장소에 심어져 있는 목련나무에서
겨울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모두가 입을 여는 그곳에서
겨울도 봄도 모두 위태로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