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nghyun Lim Mar 30. 2020

코로나가 남길 하얀 거탑



 코로나가 환경이 되면서 많은 것들이 닫혔다. 그에 따라서 나의 하루, 일주일과 한 달이 바뀌게 되었는데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헬스장의 폐쇄였다. 근래 들어서 이유 없는 짜증과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 아침운동을 시작했는데 이 결심이 픽하고 넘어져버리게 된 셈이다.
 움직임이 줄어들고 먹는 양은 늘어나면서 점점 몸이 무거워지고 피로해지면서 근육이 간질거렸다. 말 그대로 간지러워서 나 자신이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무언가라도 던지거나 차고 달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지만 마스크와 눈초리가 모래주머니로 무거웠다.
 그러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물건이 새하얀 치닝바였다. 턱걸이도 가능하고 치닝, 푸시업 등의 운동이 모두 가능한 이 철제 구조물은 나에게 낯선 존재는 아니었다. 대학원 시절에 내 실험실에는 다른 연구원이 설치해놓은 검은색 치닝바가 있었다. 당시 허리가 매우 좋지 않았던 나는 여기에 원숭이처럼 자주 매달려서 허리를 풀어주곤 했는데 턱걸이를 세 번 이상 하지 못했다. (솔직히 두 번도 버거웠다. 나의 팔과 몸은 당시 극세사 그 자체였다.)
 이 기억이 지금과 겹쳐지면서 ‘어머! 저건 사야 해!’ 하는 생각이 가득 차올랐다. 생각이 비워지기 시작했을 때 이미 결제를 완료했고 턱걸이를 보다 쉽게 도와주는 밴드도 같이 산 뒤였다.
 
 몇 일뒤, 치닝바는 나에게 왔다. 한 가지 내가 간과한 바가 있었으니 바로 나 혼자 이걸 조립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발을 손처럼 쓰고 손을 공구처럼 써가며 30분가량 낑낑대면서 이 바벨탑을 쌓아갔다. 모두 조립하고 완성한 순간, 뭔가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러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핑계로 무언가를 그냥 사고 싶었던 걸까? 난 그 순간을 한심하게 남겨두지 않기 위해 기구에 매달렸다. 밴드의 도움을 받아 턱걸이 7회를 찍은 나는 지쳐서 잠들어버렸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내몰린 내 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불행이 지나가도 높다란 치닝바는 떠나지 않고 물끄러미 날 쳐다보겠지. 부디 건강이 중요하다는 깨달음도 나에게서 떠나가지 않기를 바라며 오늘도 매달려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눈은 겨울의 얼굴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