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리고 오늘, 정말 오랜만에 눈이 찾아왔다. 말 그대로 내려왔다. 하얗게 덮인 땅 위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펼쳐졌다. 눈사람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눈 뭉치를 만들어서 던져보기도, 만져보기도 하며 손이 축축하면서도 시린 감각을 조우해보는 것. 눈과 핸드폰을 모두 하늘로 들어 올리면서 한 장면을 곳곳에 담아보려는 것. 이 모든 순간들이 정말이지 이제야 왜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눈이 오면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치워야 하고 길이 얼어붙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하며 우산을 써야 하기도 한다. 큰 사고가 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눈은 안 오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는 겨울이 오면 눈을 미리 그리워한다. 크리스마스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염원하기도 한다. 눈은 우리에게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각 계절에는 저마다의 색이 있다. 봄에는 꽃이 피고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에는 노랗고 빨갛기도 한 단풍이 든다. 저마다의 색이 계절에서 드러난다. 겨울은 공백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겨울은 쓸쓸한 계절일지도 모르겠다. 그 가운데에서 유일하게 낭만의 구석을 보여주는 게 눈일지도 모르겠다.
올해 겨울은 항상 눈을 감고 있었던 게 아닐까. 오랜만에 뜬 눈과 마주치게 해 준 눈은 이제야 아직은 겨울임을 실감하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