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daiv. 열두 번째 이야기: 박성민
인생이라는 거대한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방법은 수없이 많다. 그리고 각자의 도구들로 차근차근 담아내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사람인가'이다.
어찌 보면 하나의 항해와도 같다. 매 순간 이곳에 닻을 내릴지, 다른 곳으로 방향을 틀어볼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의미를 찾으며 방향을 수정한다. 인생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 뻔하디뻔한 말 같지만, 성공이 많은 디딤돌을 거쳐 찾아오듯 인생은 더욱 그러하다. 오늘은 이렇게 개발과 AI를 넘나들며 삶의 중심을 찾아가고 있는 박성민을 만났다.
자기소개와 근황은.
중앙대학교 컴퓨터공학부 18학번이다. 다이브 이전에는 게임 개발을 했다. 실전적인 서비스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AI에 눈이 갔다. 나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토픽이었고, 모델을 학습시키고 뭔가를 뽑아내는 일련의 과정들이 재미있었다. 지금은 다시 개발로 돌아와서 모바일 앱 쪽으로 공부하고 있다.
자연어에 관심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기본적으로 언어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특히, 영어나 스페인어, 라틴어 같은 서양어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편이다. 라틴어를 정말 재미있게 공부했는데 단어가 체계적으로 만들어져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 한국어 단어가 한자로 구성돼 있듯, 영어 단어도 라틴어로 구성돼있다는 게 신기했다. 한국어와 다르게 어느 위치에 동사가 와도 상관없지만, 변화형은 동사마다 216가지나 된다. 그들이 다 체계적으로 맞물려서 단어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정말 재밌었다. 이걸 배우고 싶어서 고려대학교에 학점 교류도 갔다(웃음).
공부하고 보니 라틴어가 실용적이진 않다. 보통 고전문학으로 공부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니 트로이 목마 같이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나 ‘누구의 발목을 창으로 찔려서 성벽을 세 바퀴 돌았다.’ 이런 말은 작문할 수 있다. 그러다 하루는 친구가 라틴어로 “안녕”이 뭐냐고 물어봤는데 대답을 못했다. 그때 라틴어가 그렇게 쓸모 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안녕”이 “Salve”라더라(하하). 이제까지 써먹었던 곳은 변수명 지을 때 정도다. 다만, 내가 지적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고 이 수업을 듣기 위해 다른 학교까지 가봤다는 열정 정도는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시 개발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나한테 AI는 발을 담가보는 것 중 하나였다. ‘개발’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상황이었다. 다이브 전에는 게임 개발 동아리에 들어갔다. 거기서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가시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다이브에서 AI 콘텐츠를 만들면서 내가 만든 걸 남한테 보여주고 전달하는 걸 좋아한다고 느꼈다. 모바일 앱을 공부하면서는, 단순히 보여주는 걸 넘어서 사람들이 내가 만든 걸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는 걸 알았다.
게임도 만들어보고 AI도 해보고, 앱도 만들어보면서 이것들을 관통하는 뭔가를 찾아나가고 있다. 모든 활동에서 내가 뭘 좋아하는 사람인지를 깨닫고 있어서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사람들과 가장 밀접하게 소통할 수 있는 모바일 앱 개발이 가장 재미있다.
특별히 개발하고 싶은 게 있나.
가고 싶은 도메인이 두 개가 있다. ‘라이프스타일’이랑 ‘헬스케어’이다. 스스로를 돌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마음이 가는 것 같다. 앱을 하든 AI를 하든 백엔드를 하든 이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 다만, 지금 내가 선택한 도구가 앱의 형태일 뿐이다. 물론 두 도메인과 가장 밀접하게 상호작용할 수 있고, 가장 잘 어울리는 적합한 도구라고 생각하긴 한다.
예전에 도메인 지식이 거의 없는 앱을 만들어본 적이 있다. ‘ADHD 환자를 위한 복약 관리’ 앱이다. 실제 환자랑 정신과 선생님 인터뷰도 하면서 열심히 피드백 반영도 했는데, 내가 사용자도 아니고 전혀 모르는 분야다 보니 한두 달 후엔 거의 외주하듯이 만들더라. 도메인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갓생’ 관련 앱을 만들고 있는데, 경험이 녹아있어 그런지 정말 재미있다. 갓생 인증 문화에서 시작된 아이디어인데, 기존 인스타그램의 ‘좋아요’나 ‘DM’ 등을 넘어선 기능들을 담고 있다. 자기 사진으로 ‘좋아요’를 보낸다거나 다양한 이모지로 반응하는 등 훨씬 더 다채롭게 서로를 격려해 줄 수 있는 서비스다. 실제로 아침 7시 반에 운동을 다니면서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 운동 주 2~3회나 클린식 먹기, 새벽 4시 반에 출근하기 등 목표를 세우고 인증하는 모임이 있다. 내가 만든 서비스를 이 사람들에게 주면 된다고 생각하니 더 의욕이 생기는 것 같다.
학교 프로젝트로 3명이 같이 시작했는데, 실제 출시를 하고 싶어서 혼자서 갈고닦는 중이다. 이번 방학이 끝나기 전까지 최대한 배포하고 싶은데 마음처럼 될지는 모르겠다.
요즘 언제 가장 행복한가.
성취감 있는 하루하루에 행복을 느낀다. 은연중에 나를 잘 가꾸는 삶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요즘 고양이가 있는 스터디 카페에서 개발을 하고 있다. 집중해서 코드를 짜다가 옆에 지나다니는 고양이를 보면서 힐링한다. 하루에 5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일을 하다 나올 때 성취감이 정말 크다.
아침 운동도 비슷한 맥락이다. 크로스핏을 하는데, 하나의 커뮤니티처럼 같이 운동하는 삶이 즐겁다. 서로 격려해 주고 챙겨주는 문화도 잘 되어 있다 보니, 사람들 얼굴 보러 3번은 가야겠다고 생각하니 더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는 것 같다. 하루는 센터를 가장 오래 다니신 분이 그만두는 날이었는데, 새벽 6시에 케이크 사 들고 송별 파티를 한 적도 있다.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조심스럽고 안정적인 걸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빨리 졸업해서 경제적 자립을 하고 싶다(웃음). 다만, 지금은 안정적인 평형 상태를 찾아가기 위해 여기저기 두드려보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도전적인 성격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있나.
미시적으로는 모바일 앱 출시랑 인턴 준비가 목표이다. 졸업 요건이 인턴이라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웃음). 사실 대학교에서 할 수 있는 웬만한 건 다 했다. 열심히 놀기도 해보고, 과제에 미쳐본 적도 있고, 동아리도 교내·외 둘 다 해봤다. 대학 생활에 대한 미련은 없다.
거시적으로 보면 앞으로도 비슷하게 살 것 같다. 좋아하는 걸 쥐고, 또 새로운 재미를 찾아가는 여정이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5년 뒤에도 앱을 개발하고 있겠지만, 더 전문적인 기술을 가지려고 준비하면서 살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