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daiv. 열세 번째 이야기: 최병준
사람들은 특별하고 위대한 삶을 갈망한다. 인생을 걸고 세상에 족적을 남기는 일을 미덕이라 여기며, 위대함과 평범함 사이에서 위대함을 택하곤 한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 여느 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집을 나서고,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를 보내다 따뜻한 저녁을 맞이하는 아주 평범한 일상 말이다. 매일 눈부신 순간을 맞이하기는 힘들지만, 이런 보통의 것들은 그만한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오늘은 그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가고 있는 최병준을 만나보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연세대학교 응용통계학과 18학번 최병준이다. 지금은 LG에서 AI, 데이터 분석을 도와주는 플랫폼을 만드는 팀에 인턴으로 속해있다.
통계에서 개발로 넘어간 계기가 있나.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수학보다 개발이 재밌어서이다. 전공 수업에서 통계를 공부하면서도, 딥다이브에서 딥러닝 논문을 읽으면서도 느꼈다.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수학이 많이 필요하더라. 모델에 대해 이해하고 코드로 구현하려면 그 모델에 대한 수학적인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어떻게 보면 그게 나한테 벽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이었으면 그 벽을 넘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을 텐데, 지금은 내가 얼마든지 다른 선택지를 고를 수 있으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론적으로 원리를 파고드는 것보다 실생활에 유용한 것들을 만들어내는 것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개발이 주는 느낌이 좋다. 정해진 문제에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 수학이랑 비슷하다고 느껴서 더 재밌게 공부한 것 같다.
입학할 당시에는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많았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남들이 보지 못하는 패턴을 찾고, 그걸 찾아내는 과정을 즐길 줄 알았다. 그런데 하다 보니 남들과 똑같은 것만 보고 있더라(웃음). 데이터에서 독창적인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게 어렵다는 걸 느끼면서, 그럼 나의 강점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그걸 생각하면서 AI부터 개발까지 여러 가지 건드려봤고, 지금은 개발에 정착하게 됐다.
데이터베이스 쪽으로도 공부했던 걸로 안다.
데이터베이스를 다루는 랩에서 인턴을 했었다. 연구하고 싶어서 들어갔다기보다는 그쪽을 깊게 공부해 보고 싶어서 들어갔다. 당시 연구실에서는 재현 데이터 생성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었는데, 나는 대용량 데이터가 프로그램에 맞게 돌아갈 수 있도록 가공해 주는 코드를 개발했다.
당시 처음 연구실에 들어갔을 때는 ‘아는 게 없는 내가 개발을 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했는데, 다행히 프로젝트가 파이썬 기반이었고, 기능 구현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공부할 시간을 주신 덕분에 업무에 적응하는데 어렵지 않았던 것 같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었고 지금도 회사에서 그렇게 임하고 있다.
특별한 공부 루틴이 있다고 들었다.
열심히 무언가에 집중하고 난 다음에 느끼는 성취감이 참 좋다. 그래서 몰입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어떻게 하면 몰입 상태에 들어갈 수 있을지 생각을 많이 해왔다. 책도 찾아보고, 명상도 해보고 나름대로 훈련을 해봤다(웃음). 팁 아닌 팁을 알려주자면, 일을 하기 전에 마음가짐을 정리하고 준비하는 시간을 가진다. 예를 들어, 3시부터 일을 한다고 하면 그냥 놀다가 3시에 일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5-10분 정도 일을 할 준비를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빠르게 몰입 상태에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회사에 출근할 때 영어 회화를 듣는 데, 이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아침부터 뇌를 깨우면서 일을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지금 하는 일은 만족스럽나.
분석가들이 모델을 만들면 서비스 운영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통합 AI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팀 안에 컴퓨터 비전이나 자연어 처리, 생성 AI를 담당하는 분들도 있다. 사실 들어온 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돼서, 어떤 일을 할지는 조금 더 봐야 할 것 같다.
인턴 과제로 플랫폼 내 개선 사항을 찾고, 개선해 보는 일을 받았다. 처음에는 막막했는데, 딥다이브에서 했던 프로젝트를 플랫폼에서 돌려보니 분석가 입장에서 개선하거나 추가하면 좋을 만한 기능들이 보였다. 업무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개발과 데이터 분석/AI 분야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 직무여서 앞으로 남은 기간을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개발자 문화도 경험하는 중인데 질문하는 게 당연하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원래 궁금한 게 있으면 스스럼없이 질문하는 편이고, 그래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다.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수평적인 분위기라 적응하기도 편했고 내 성향이랑 잘 맞는다는 생각도 들었다.
요즘 취미는.
게임이나 강아지랑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보통 산책을 많이 하는데, 강아지랑 감정적인 교감을 할 수 있어서 같이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다. 자고 있는데 다가와서 몸을 툭 기대거나 씻고 머리를 말릴 때 팔에 기대거나 하는 작은 행동들에서 감정적으로 이어져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내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일 때 그런 행동을 보인다던가, 반대로 강아지 얼굴만 봐도 어떤 걸 원하는지 알아챌 때 소통이 된다고 느낀다.
지금까지의 삶을 책으로 쓴다면.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주제로 쓰고 싶다. 스티브 잡스 연설에 나온 건데, 본인이 하는 일에 대해서 막연하지만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중요하다. 나도 뭔가를 할 때면 항상 그 마인드를 떠올린다. 실제로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강한 편이기도 하다(웃음).
이런 마인드를 가지면 낙관적이지만 동시에 현실적인 판단도 할 수 있게 된다. 그만큼의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그걸 감당하기 위해서 열심히 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들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비록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한 나를 생각하다 보면 얼마나 이뤘는가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나.
예전에는 취업이 막연하게 무서웠다. ‘내가 회사의 부품처럼 살아가면 어떡하지’, ‘시키는 대로 흘러가는 인생을 살게 되는 건 아닐까’하는 걱정이 많았다.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스타트업에 대한 동경이 꽤 컸다.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여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이제는 취향이 바뀌었는지 하루하루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삶이 꽤 좋다고 느낀다. 내가 하는 일이 재밌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좋고, 솔직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녹아있는 지금 이곳이 좋다. 업무적으로 인정받는 백엔드 개발자로 꾸준히 공부하며 성장하고 싶고, 여유가 생긴다면 회사의 복지 제도(재택)를 활용하여 새로운 여행지에 머물면서 일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