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s of daiv. 다섯 번째 이야기: 이윤우
지난해부터 AI 붐이 불면서 점점 더 많은 사람이 AI에 입문하고 있다. 부푼 꿈을 안고 도전하지만, 여느 분야가 그렇듯 잘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
AI를 공부했더라도 전문가가 되는 것만이 길은 아니다. 공부했던 경험을 되살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해 볼 수도 있다. 오늘은 AI에 딥다이브하고 있지는 않지만, AI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윤우를 만났다.
최근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있다고 들었다.
딥다이브를 마치고 AI랑 조금 멀어졌었다가, 최근 AI 기반으로 앱을 만들고 있다. ‘뮤저블’이라고 AI 커버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최근에 @aissential; 이라는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다. 친오빠랑 친오빠 친구랑 같이 준비하고 있는데, 친오빠가 컴퓨터공학과 석사까지 마쳐서 내가 개발을 맡고 있지는 않다. 아직은 크롤링할 노래를 찾거나 마케팅을 시도하는 정도이다.
인공지능과 경제학은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히스토리가 길다. 일단 경제학과를 택한 건 고등학교 때 수학을 좋아했던 영향이 크다. 그래서 경제학과와 통계학과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친구가 통계학과에 가도 경제학과를 이중 전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해줬다. 사실 통계보다는 수학 자체에 재미를 느끼고 있던 터라 경제학과가 더 나은 선택지라고 생각해서 경제학과에 진학하게 됐다. 경제를 좀 더 공부하려고 2학년 때는 시사 경제 동아리에도 들어갔는데, 이름이랑 다르게 경영 동아리였다. 기업, 산업 분석하는 게 메인이라 학교에서 배우는 경제와는 별로 관련이 없었다.
이것저것 해봤는데 결론적으로 경제랑 맞진 않았다. 일단 내가 좋아했던 경제랑 대학에서 배우는 경제는 많이 달랐다. 구체적인 경제학 이론보다는 추상적인 경제학을 좋아했는데, 학교에서는 증명이나 주어진 논리를 주로 배웠다. 또, 경제 수학을 배우면서 이제까지 내가 좋아했던 건 ‘수학’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냥 주어진 수학 문제를 풀고 답을 내는 걸 재밌어했던 것 같다. 경제학에서 요구하는 수학이랑은 결이 달랐다.
그래서 경제를 학문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크진 않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건 환경경제학이나 노동경제학처럼 학부생 수준에서 응용수학을 많이 안 쓰면서도 공부할 수 있는 분야들이 있다. 거기에 재미를 느끼고 있어서, 경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나름 이중 전공도 금융 공학이다.
학창 시절은 어떻게 보냈나. 재수 시기가 힘들지는 않았나.
많은 사람의 생각과 달리, 미화가 되어서 그런지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공부하기가 너무 싫었다. 내 꿈이랑 현실이랑 거리가 너무 먼 탓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재수할 때는 목표했던 꿈이 잡힐 듯한 위치에 있으니까 열심히 했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고 학원 가는 것도 몸에 익으니까 어렵지 않게 반복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가 내 인생에서 제일 열심히 살았던 때이다. 재수하고 나서 내가 공무원 체질인 걸 알았다(하하).
다이브를 통해서 무엇을 얻어갔나.
1학년 때는 코로나 때문에 딱히 한 게 없었다. 그해 겨울방학에 뭐라도 해보자 해서 들어간 게 다이브다. 첫 번째 기수랑 두 번째 기수까지 했는데, 현재 AI와 직접적인 일을 하고 있지는 않다 보니 다이브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난 게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매거진 팀 할 당시에는 좀, 사실은 많이 힘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여서 공부를 해야했다. 자꾸 뭘 시키는데 아는 게 거의 없어서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었다. 근데 짝꿍은 아는 게 꽤 있는 상태여서, 많은 것들을 그 친구가 도맡아 했던 것 같다. 먼저 연락하기 미안해서 아직까지도 먼저 연락을 못 하고 있다. 이거 보고 연락해 주면 좋겠다. (웃음)
첫 번째 기수를 하고 나서 사실 AI가 정말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분야도 너무 넓고 공부해야 할 것도 정말 많았다. 그래도 첫 번째 기수 때 함께한 사람들이 너무 좋았고, 내가 공부해 보지 않은 분야 중 하나는 나랑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 번째 기수까지 이어가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두 번째 기수 때 진행한 그래프를 이용한 추천시스템은 마치 내가 좋아했던 수학을 공부하는 것 같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고 있는 다른 동아리가 있나.
끊임없이 동아리를 하는 스타일이다. 지금은 취미로 피아노 동아리를 하고 있다. 피아노를 6살 때부터 5년 정도 배웠다가 그만뒀었다. 당시에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집에서 반대했다. 결국 그만두고 다른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의 길을 걸었다.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 때 다른 친구에게 자극받아 다시 혼자 치기 시작하면서 피아노를 아예 놓지는 않았다. 5년이라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서 웬만한 건 다 칠 수 있더라.
고등학교 3학년 때는 하루에 20~30분씩, 더 열심히 쳤다. 리프레시 명목이긴 했지만 내가 보기엔 피아노 때문에 망한 것 같다(하하). 당시에는 피아노를 치려고 하루를 살 정도로 피아노 치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재수 때 피아노를 그만두면서 3년 정도 안 치다가, 최근에야 다시 시작했다. 생각보다 손이 굳지 않아서 나름대로 잘 치는 편이다.
내가 하는 피아노 동아리는 운영 방식이 굉장히 독특한 연합 동아리이다. 인원이 30명 정도 되는데, 학교와 전공은 제각각이지만 전부 음악에 미친 사람들이다. (웃음) 내가 제일 멀쩡하다고 느낄 정도로 다들 음악에 정말 진심이다. 피아노의 길을 응원해 주지 않은 부모님이 원망스러웠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취미로 하는 음악이 가장 즐거운 듯하다.
교환학생을 간다고 들었다.
여행을 좋아한다. 작년에 다이브를 거의 마치자마자 유럽에 갔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부산이랑 도쿄를 다녀왔다. 작년에 독일 여행을 다녀와서 여기로 교환학생을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독일로 교환학생을 가게 되었다. 사실 유럽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곳들이 많기에 독일이 나의 마음을 가장 울린 나라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영국은 유럽 여행을 다니기에 제약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고, 기왕 외국으로 떠나는거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 편히 인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이에 학교도 조용하고 작은 도시이지만 교통이 좋아 여행 다니기 좋은 곳으로 선택했다.
앞으로의 꿈은.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마지막 꿈은 ‘스카이 대학’을 가는 거였다. 꿈이라고 하면 흔히 직업을 떠올리는데, 사실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공부를 더 하지는 않을 것 같고, 공기업 취업을 준비할 생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에서의 성취를 중요한 동기부여 원인으로 생각했던 터라 공기업을 고려해 본 적이 없었는데, 사람들이 공기업을 좋아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정고시 준비 이런 건 하기 싫어서 공무원의 길은 안 갈 것 같다. 대신 로스쿨의 가능성을 버리진 않았다(하하). 고등학교 3학년 때 국어를 정말 못했었는데, 재수 때 점수를 끌어올린 걸 생각하면 리트(LEET)도 못할 건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직업 외적으로 생각하자면, 조금 웃길 수 있는데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거다. 너무 TMI지만 저번 학기에 한 번 아프고 나니, 건강하지 않으면 인생이 불안해진다는 걸 느꼈다. 이에 건강한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