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Apr 8. 2020
벚꽃이 보고 싶어
예정일보다 보름이나 먼저 세상으로 나온 아이는
머리가 유난히 커서
낳으면서 얼굴의 실핏줄이 다 터져버렸다
눈가 입가 할 것 없이 온 얼굴이 붉은 점으로 뒤덮였다
우리 아버지 얼룩덜룩한 얼굴로 탈진해 누워있던 나를 보시곤
괜찮다 괜찮다 하신 말씀은
괜찮아 보이지 않는 딸을 보며
눈물이 터질 것 같아 꾹 참으며 당신 스스로 되뇌인 말이
입으로 터져버린 것이리라
입원실 문을 열고 내 아버지 들어온 순간
나와 아버지는 서로 눈을 마주쳤지만
내가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사월 일일 군항제가 시작되는 날
딸이 아이를 낳았다 하니
깊은 산속 홀로 농사지으시는 분이
철지난 겨울 양복을 꺼내 입고 오셨는데
우리 아버지 근육은 어디 가고 그 품이 너무 커 옷은 헛돌고
상춘객 사이 만원 버스를 세 번이나 갈아타고 오시느라 땀이 비 오는 듯한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같은 의미인 것이 얼굴에 가득 번져있었다
딸이 새끼 낳은 순간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모를
준비되지 않은, 낯선 순간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나를 향한 눈빛에는 염려와 애정과 대견함이 섞여있었는데
분명한 것은 새로운 생명에 대한 반가움의 마음보다는
당신의 딸자식에 대한 마음이 천배쯤 더 컸다는 것이다
올해도 벚꽃이 피었다
아이와 함께 아버지께로 왔다
등이 굽어가고 백발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고
여전히 우뚝했던 과거의 아버지 모습을 찾는 나를 본다
그리고 남자의 고독에 대해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