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Jun 5. 2020
시를 습작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소설을 쓰고 있었나
인물과 사건과 배경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소설도 되지 못하는가
수필반 사람들은 시나 쓰라며 밀어내던데
시인들처럼 빛나는 은유와 환유와 상징도 못 하고
옛적 시골 할머니 서랍장 가장 아래칸에서
숨겨둔 박하사탕 흑설탕 꺼내 귀히 여기며 건네시듯
내 글 붙잡은 이 떠날까 봐 아끼는 마음 주섬주섬 꺼내 놓기는 하는데
종이의 낭비가 없음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가
사이버의 공간은 내가 감히 가져도 되는 건가
가상의 공간에 진짜의 마음을 쏟는 아이러니
현실에서 함부로 가질 수 없는 많은 것들
그 사람 마음과 이따금의 평온과 작은 즐거움 같은 것들
길가에 잠깐 멈춰서서 글 속에 넣어놓고
미천한 하루들을 겨우 이어갈 뿐인데
시 같지 않아도 뭐 어떤가
내가 언제 나 같을 때가 있었나
같지 않아도 그런대로 살아지게 되어 있던걸
속엣것 활짝 펼치지도 못하는 삶
작은 고요까지도 불안 속에 즐겨야 하는 생
이 정도 취미는 가질 만큼 치열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밤에도 낮에도 스스로 위로하며 다독이다
이런 흔적을 꼭 남겨야 하나 싶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 생이 바람처럼 흩어지는 것은 슬퍼
작은 것 하나라도 붙잡아서는
쓴다
애쓰는 삶을 쓰고 八苦로 가득한 쓴 생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