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Jun 7. 2020
나를 하룻밤 재워주지 않겠소
당신의 체온이나 보드라운 살결 같은 것
번지는 눈물을 대신하여 훔쳐줄 따뜻한 손이나
다정히 머릿결 쓰다듬어줄 것은 꿈 꾸지도 않으니
당신 없는 당신 집 조용히 침대만 빌려주지 않겠소
가만한 일상에 미소 짓는 것도 죄스러울 만큼
고통 속에 사는 이들 틈에
마치 큰 나무라도 되는 듯 버티고 있는 생
뿌리 없이 받치고 섰자니 위태롭기가 그지없소
함부로 눈물을 떨굴 만한 틈도 없으니
감히 당신의 침대를 탐내어
낯선 공간에서 내가 나 아닌 듯이
한 번 잠들어보고 싶소
죽어서도 끊어질 것 같지 않으니
죽어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기보다
당신의 침대를 탐하오
가지고 있는 굴레 모두 벗을 수 있는
단 하룻밤의 사치를 허락해주지 않겠소
나 아닌 듯이 잠들어
나 아닌 듯이 깨어보고 싶소
얼마나 평화롭고 고요한 밤과 아침일까
천국이 그러하지 않겠소
낯선 공간의 낯선 냄새
나의 생과는 뚝 끊어진 곳에 한 번 놓여보고 싶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