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남자에 대한 아니, 그냥, 남자에 대한.

by Om asatoma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다.


노래 을 때도 남자 가수가 부른 노래를 찾아 듣고

어쩌다 라디오를 들어도 남성 디제이만 찾아 들으며

데이트 상대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는

브런치에서 글을 읽어도 남성 작가가 쓴 글이 더 좋다.


한 호흡으로 글을 읽어 내려가게 되는 글들을 보면 대부분 남성 작가들이 쓴 글이다.

글을 읽다 보면 글의 내용이나 깊이와는 별개로 선택된 어휘나 문장의 구조, 호흡의 흐름 같은 것들이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들,

경제, 스포츠, 게임, 자동차, 미래산업 등 동성들과 나눌 때 접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글들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아 반갑고,

같은 현상을 바라보더라도 나와 같은 성이 아닌, 다른 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분석들이 흥미롭다.


이쯤 되면 정말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인가 싶지만

새로운 시선을 경험하기를 즐기는 사람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세상을 낯설게 볼 때의 새로움,

많은 경험을 해보지 못해 부족한 식견을 보완해줄 수 있는 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쓰겠지만

어쨌든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브런치에는 글 쓰는 남자들이 득실득실하여! 그들의 글을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언제든 펼쳐 읽을 수 있으니, 때로는 깊은 밤 내게만 속삭이는 밀어처럼 읽기도 하고, 취기 올라 그에게 홀딱 빠진 듯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어도 마치 아는 것처럼 끄덕이기도 하고, 그의 아픈 과거를 들으며 당장에라도 손 포개어 잡을 듯이 읽기도 하고, 최근엔 마치 내가 쓴 글처럼 표현이며 내용이며 글의 흐름이 너무나 익숙한 작가를 발견하여 가슴이 뛰었고, 분량이 꽤 되는 글을 읽다가 어느새 작가의 호흡과 내 호흡이 일치하는 지점에서는 어떤 일치감에 또 가슴이 뛰고


그러나 저러나 결국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은데


남자 중에서도 글 쓰는 남자에 대하여서는, 가지고 있는 생각 펼칠 기회도 많지 않을 텐데 이러이러한 글을 쓸 만큼이면 얼마나 많은 시간 생각을 했을 것이며 또 얼마나 고독을 맛보아야 가능한 일인가 하며 세상 마음 넓은 척을 하며 대견하게 장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가지기도 하지만은


야생의 사회에서 돌아온 한 남자가,

말없이 정지된 자세로 글 쓰고 있을 모습과,

그가 글 쓸 때의 눈빛과 입매와 팔의 근육을 생각하며,

단단한 가슴속에 봉인되어 있을 그의 역사를 궁금해,


빈 방에 메아리 울리는 밤이면

글 쓰는 남자의 글을 읽는다.


간간이 이렇게 실없는 글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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