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남자에 대한 아니, 그냥, 남자에 대한.
by Om asatoma Jun 13. 2020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확실하다.
노래 들을 때도 남자 가수가 부른 노래를 찾아 듣고
어쩌다 라디오를 들어도 남성 디제이만 찾아 들으며
데이트 상대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더 많았던 것 같다.
심지어는
브런치에서 글을 읽어도 남성 작가가 쓴 글이 더 좋다.
한 호흡으로 글을 읽어 내려가게 되는 글들을 보면 대부분 남성 작가들이 쓴 글이다.
글을 읽다 보면 글의 내용이나 깊이와는 별개로 선택된 어휘나 문장의 구조, 호흡의 흐름 같은 것들이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분야들,
경제, 스포츠, 게임, 자동차, 미래산업 등 동성들과 나눌 때 접해보지 못한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한 글들이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 같아 반갑고,
같은 현상을 바라보더라도 나와 같은 성이 아닌, 다른 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분석들이 흥미롭다.
이쯤 되면 정말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인가 싶지만
새로운 시선을 경험하기를 즐기는 사람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세상을 낯설게 볼 때의 새로움,
많은 경험을 해보지 못해 부족한 식견을 보완해줄 수 있는 것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라고 쓰겠지만
어쨌든 남자를 좋아하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브런치에는 글 쓰는 남자들이 득실득실하여! 그들의 글을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언제든 펼쳐 읽을 수 있으니, 때로는 깊은 밤 내게만 속삭이는 밀어처럼 읽기도 하고, 취기 올라 그에게 홀딱 빠진 듯이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어도 마치 아는 것처럼 끄덕이기도 하고, 그의 아픈 과거를 들으며 당장에라도 손 포개어 잡을 듯이 읽기도 하고, 최근엔 마치 내가 쓴 글처럼 표현이며 내용이며 글의 흐름이 너무나 익숙한 작가를 발견하여 가슴이 뛰었고, 분량이 꽤 되는 글을 읽다가 어느새 작가의 호흡과 내 호흡이 일치하는 지점에서는 어떤 일치감에 또 가슴이 뛰고
그러나 저러나 결국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더 어려워진 것 같은데
남자 중에서도 글 쓰는 남자에 대하여서는, 가지고 있는 생각 펼칠 기회도 많지 않을 텐데 이러이러한 글을 쓸 만큼이면 얼마나 많은 시간 생각을 했을 것이며 또 얼마나 고독을 맛보아야 가능한 일인가 하며 세상 마음 넓은 척을 하며 대견하게 장하게 바라보는 마음을 가지기도 하지만은
야생의 사회에서 돌아온 한 남자가,
말없이 정지된 자세로 글 쓰고 있을 모습과,
그가 글 쓸 때의 눈빛과 입매와 팔의 근육을 생각하며,
단단한 가슴속에 봉인되어 있을 그의 역사를 궁금해하며,
빈 방에 메아리 울리는 밤이면
글 쓰는 남자의 글을 읽는다.
간간이 이렇게 실없는 글도 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