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Jun 10. 2020
어느 시인은
산불이 휩쓸고 간 숲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의 간격을 보았다 하나
그 간격이라는 것은
기어이 떨어져 있어야만 하는 거리가 아니라
더 이상 떨어져서는 함께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없는 거리가 아니겠는가
제아무리 뿌리 깊은 고독을 붙잡아 섰는 나무일지라도
어쩌다 걸어진 손가락이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손가락 하나 걸고 둘을 걸다 마주 잡고 싶어
뿌리를 그리 넓게 뻗어간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너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에서
하늘을 지고 있는 것이 나 홀로가 아님이
스러지더도 기댈 누가 있음이
이와 같은 작은 위안들이
나무를 한 자리에서 수십 년 수백 년 버티게 하는 힘이 아니겠는가
슬금슬금 뿌리 뻗어 너에게로 간다
하늘에 닿을 만큼 키가 커져서
내 그림자 너에게 닿을 거리
네 웃음소리 울려 내게 닿을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