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by Om asatoma


산책 같던 만남에

그의 진지한 마음을 알고는

오도카니 멈춰 더는 걸음을 뗄 수 없었던 것처럼


한가로운 오후 같던

그리 열정적이지도 않고

은밀하지도 않은


적당히 느긋하고 적당히 여유로운

하루의 행복만 생각하던 내가

그 사람 진심을 알게 되었을 때처럼


우뚝 멈춰

아무것도 쓸 수가 없다


作詩法을 읽어갈수록

내가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함부로 라 이름붙일 수 없음에 대하여

시인의 마음을 멋대로 해석한 것에 대

참회하는 마음으로


시간의 벽에 갇혀

뾰족한 연필 끝만 바라본다


다정하고 진실된 그 남자의 손은

차마 잡지 못하였는데


이번에도 나는 떠나보낼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와락 껴안을 것인가


그를 보낸 후회가 결코 거두어지지 않는 것,

모든 순간의 선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그 교훈은

내게 무엇이라 말을 걸 것인가


단정하게 누운 연필은 나 기다리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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