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구천동 쌀 막걸리
그날처럼 주머니가 달린 셔츠를 입고 와보시게
by Om asatoma Oct 20. 2019
봄산의 기억을 더듬어 찾은 무주,
가을산의 쓸쓸함을 이기지 못하고
향적봉에서 무주 구천동 쌀막걸리로 몸을 채우고
몸이 구겨진 채로 내려왔다
구겨진 몸으로 들어가고 싶은 곳은 사실,
너의 셔츠 주머니 속
심장이 뛰는 소리
달큼한 땀냄새
젖도 나오지 않는 가슴에 얼굴을 비벼대며
향긋한 풀냄새를 샅샅이 핥고 싶다
자존을 얼마나 접으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까
구천동 어느 골짜기에
내 이름 나이 성별 종교 사상 직업 역사
또 무엇을 버리고 오면
너와 나는 우리가 될까
살갗에 겨우 닿을 거리에서
나는 너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늘이 물러선 자리가 공허하고
손에 닿을 듯 잡히지 않는 구름이 야속하고
천상에서 다시 지상으로 내려가도
당신 곁에 내가 설 자리가 없어서
그래서 향적봉에서 무주구천동 쌀막걸리 한 잔을 했다
그날처럼
주머니가 달린 셔츠를 입고 이곳으로 와보시게
종잇장보다 가벼워진 실존으로
아무도 모르게 그 안으로 들어가
당신 숨소리만 듣고 있게
당신 땀냄새만 맡고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