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새로 시작하는 것들
연초만 해도 올해는 새해 계획 따위 절대 세우지 않겠다, 그냥 하던 일이나 잘 하자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정신없이 바쁘던 작년과 달리 1, 2월에 생각보다 여유가 있었던 덕분일까? 또는 비로소 바뀐 환경이 익숙해지는 약속의 1년이 되어서일까?
다시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2월부터 갑자기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원래 이거 하나만 잘 하자 했는데, 지인과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삘 받아서, 첼로 레슨을 덜컥 등록했다.
여기서도 끝이 아니었다.
엄마한테 첼로 학원 등록했다고 이야기했더니, ‘작년부터 내가 피아노 레슨이나 받으라니까 하라는 피아노는 안 하고 웬 첼로냐’ 고 타박을 듣다가, ‘하긴 첼로는 쌩 기초라 도레미파부터 해야 할 텐데 재미없겠다.. 그 지루함을 견딜 수 있게 이 참에 곡 다운 곡을 연주할 수 있는 피아노도 해야겠다’ 싶어서 같은 날 바로 피아노 학원도 등록해버렸다 ㅋㅋㅋㅋ
쌉 P의 삶이란…
원래 올해 새로 하는 프로젝트에 대해 글을 써보자고 주제를 제안할 때만 해도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쓰려고 했는데, 어제 하루만에 2개의 악기 배우기가 추가가 되어버려서 졸지에 3개를 쓰게 되었다.
2월부터 도전하고 있는 올해 메인 프로젝트다.
이거 한다고 1월말부터 요즘 한참 난리를 피우고 있는데, 내가 하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니까 아빠가 ‘쟤가 언제부터 에어비앤비에 관심이 있었냐고, 전혀 몰랐는데 언제부터 그걸 하겠다고 생각했는지 담에 만나면 꼭 물어봐야겠다’ 고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ㅋㅋ 어지간히 황당하셨나보다ㅋㅋㅋ
내가 제법 일을 크게 벌리려는 모양으로 보여 아빠가 모르게 혼자 오랫동안 생각해왔나보다 여긴 듯 한데, 해봐야겠다고 본격 맘 먹은 건 설 연휴 때였으니, 사실 한 달이 채 안 됐다. 아빠가 몰랐던 게 당연하다 ㅋㅋ
처음에는 모임 공간을 하나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기존 독서모임 공간의 계약이 끝나가고 있어서 공간이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 새로운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공간이 없으면 없는대로 카페 등에서도 독서모임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지만 소음 없이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단독 공간만큼의 몰입도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독서모임만으로는 월세도 메울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지난 1년간도 충분히 목격한 바였다. 내가 모임을 여는 횟수도 기껏해야 한 달에 두어번일 거라, 다른 수익구조가 필요했고 그럼 모임을 안 하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공간 임대나, 에어비앤비로 빌려주고 그걸로 월세를 메우면 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에 이르렀다.
그렇게 에어비앤비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내가 생각한 저 단순한 발상과는 아주아주아주 다른 생태계였다. 에어비앤비를 허가 받기가 무지무지무지하게 까다로웠던 것.. 집주인의 전대 동의를 받아야 함은 물론이고 (이 단계에서 집주인이 많이 허가를 안 해준다), 투룸 이상에 연식은 20년 또는 30년 이내 건물에서만 할 수 있고, 적게는 상하좌우 집 이웃의 동의를, 많게는 공동현관을 사용하는 전세대 이웃의 동의를 받아야 에어비앤비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허들이 무지 높은데 비해, 일단 오픈을 하면 꽤나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었다. (물론 운영을 너무 거지 같이 하면 안 되겠지만, 거지 같이 운영할 거면 애초에 안 하는 게 맞기 때문에 그건 논외로..)
‘이거 괜찮겠는데…?’ 생각이 들었고, 또 적당히 어렵다는 것이 도전정신을 자극하기도 하여 (변태인가..) 바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매주 부동산을 10군데씩 돌면서 매물을 찾는 단계인데, 부동산 사장님들이 그리 좋아하는 손님이 아니기 때문에 (=없는 매물 자꾸 찾는, 돈 안 되는 손님) 문전박대도 당하고, 마지못해 받아주는 것이 느껴지는 곳에도 뻔뻔하게 들이대야 하고, ‘주인이 안 좋아한다, 이웃들이 안 좋아한다’ 이런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 과정이라서 몸이 피로한 것에 더해 멘탈 깡다구가 좀 필요하다.
본래 한 멘탈 하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사정들을 알고 있다보니 아무래도 찾아가기 전에 움츠러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5주 동안 50군데의 부동산을 도는 것이 목표다. 사실 이것은 강제적인 목표인데, 50만원의 보증금을 걸고 챌린지에 참여한 것이라서 1주일마다 10군데를 돌고 인증하지 않으면 10만원씩 보증금이 까인다.. ㅎㅎㅎ
목숨 걸고 하는 중… ㅎㅎㅎㅎ
1주차를 하고, 2주차 미션을 해야 하는데, 사실 오늘 가려 했으나 몸이 좋지 않아서 못 갔다.. 다행히 이번주는 3.3일이 휴일이라서 (우리 순국선열들께서 주신 소중한 휴일…) 주말이 하루 더 있어서 그날 돌려고 한다.. (사실.. 오늘 몸이 좋지 않았다는 것도 핑계일 수 있다. 만약 3.3일이 휴일이 아니었으면 어떻게든 갔을 것 같다. 이러니.. 강제성이 필요하다 ㅎㅎ)
이렇게 쉽지 않은 과정인데도 왜 에어비앤비에 꽂힌거지? 생각해봤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돈이 되니까는 너무 당연한 이유니까 패스하겠다. (직장인 중에 부수입원 안 갖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운영이 재밌을 것 같고,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날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다. 지금 회사 잘 다니고 있고, 잘리지 않는 곳이니까 은퇴나 밥벌이가 끊길 걱정 같은 건 안 해도 되지만, ‘내 인생이 여기서 평생 고여 있다가 끝이라고?’ 생각하면 인생도, 시간도 너무너무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 재밌는 게 얼마나 많은데!!!!! 평생 이 일만 하다가 끝이라고?!?! 너무 싫다!!
그리고 이런 마음이 드는 걸 보면, 나는 지금의 일을 좋아하긴 하지만, 평생 이 일만 해도 좋을 만큼 좋아하지는 않는 것이 명백하다. (이 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이 우물 안 개구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독서모임도 5년 넘게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이 마음이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큰 동력이 되는 걸 보면서.. 느끼지 못 했지만 이게 나에게는 엄청 큰 힘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됐다.
독서모임을 2년 넘게 운영해오면서 내가 마케팅이나 홍보를 (가끔은 귀찮지만) 아주 재밌어한다는 것을 알았고, 사람들을 상대하는 C/S도 곧잘 한다는 것도 알았다. 사실 처음에는 C/S를 가장 걱정했던 부분이었다.. 진상 고객이 있으면 어떡하지.. 사람 상대하다가 지치면 어떡하지..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는 성향이니까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고, 회사에서 민원 상대 짬바도 좀 있는 편이기에 웬만한 진상에 상처받지 않을 것 같기도 했고, 그리고 하다가 정 지치면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하고 ‘일단 해봐야 안다’ 하며 시작했다.
해보니까 역시 나는 C/S에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 편이었다. 부정적인 사람은 그 당시에는 기분이 나빴지만, 내 인생에 필요 없는 사람이라며 금방 무시가 잘 됐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 주는 사람에게 받는 힘, 사람들이 내가 제공한 것에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은 생각보다 컸다. 내가 제공한 서비스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들을 직접 보는 것은 회사에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종류의 자기 효능감을 주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정말이지 … 좋지 않은 사람보다 좋은 사람이 10배, 20배는 더 많았다. 이것은 정량적으로 측정된 나의 빅데이터다 ㅋㅋ
굉장히 다른 업종처럼 보이지만 에어비앤비 운영도 독서모임 운영과 구조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나의 공간을 플랫폼에 올려서 알려야 하고, 모객을 해야 하고, 응대를 한다. 내가 재밌어하는 과정이니 이것도 역시나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진상 손님이 걱정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그것 때문에 시작하지 않는 건 기우이자,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임을 체험했으니 이번에는 그건 신경 쓰이지 않았다.
이런 마케팅이나 운영, C/S 같은 건 본업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 스킬인데, 부캐로 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은퇴하면 예쁜 카페나 독립 서점 차리는 게 로망인데 그때 유용한 사업 스킬을 쌓는다는 거창한 의미 부여도 해 본다. 운영을 한 번도 안 해 본 것보다는 이런 작은 경험이라도 있는 것이 백 번 낫지 않을까 하며..
이런 본업에서의 일탈(?)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고 삶의 의미가 생기는 거 같은데 이 정도면 지금 일이 나한테 안 맞는 거 아닌가 싶기도 ㅋㅋㅋ
두번째 이유는 공간 꾸미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예쁘게 꾸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만 해도 벌써 재밌을 것 같은 느낌.
세번째는 나의 아주 깊은 욕구와 관계가 있다. 너무 허황되게 들려서 아무데서나 아무에게 말 하지는 않는 욕구인데.ㅎㅎ
만약에 뭐든지 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많으면 뭘 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농담처럼 ‘난 여행을 좋아하니까 서울에 집 하나, 뉴욕에 집 하나, 런던에 집 하나 두고, 3군데 중 어디든 가고 싶을 때 가서 있고 싶은 만큼 살 거’라고 한다. 스스로도 정말 허황되다고 생각하고 농담처럼만 하는 말이지만, 생각보다 진심이 많이 배어있다는 것은 사람들은 모르는 나만의 비밀이다.ㅎㅎ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어쩌면 언젠가는 이뤄질 지도 모르는 꿈이라고 생각한다는 것도 마음 깊은 비밀이다.ㅎㅎ
처음엔 의식하지도 못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에어비앤비가 이 욕구와 비슷한 결이라 연결되는 것 같다고 느꼈다.
혹시 또 아는가?
서울 에어비앤비가 잘 되어서 내가 런던 지점, 뉴욕 지점을 내게 될 지도 ㅋㅋㅋ (런던이나 뉴욕은 아니었지만 여행 갔을 때 너무 좋아서 꽤나 진지하게 나도 여기에 부동산을 사서 에어비앤비 할까 생각해 본 지역이 실제로 있다.ㅎㅎ)
섣불리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정신 차리라고 머리나 한 대 맞기 딱 좋고,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나의 진지함이나 진실성을 의심 받을 거 같아서 이 이유까지는 말한 적이 잘 없긴 한데 마음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는 또 하나의 이유다. ㅎㅎ
에어비앤비는 어쩌면 이것의 작은 버전 실천인지도 모른다. 서울 내에서 연남이나 종로에 집 하나, 잠실이나 신사에 집 하나, 왕십리에 집 하나, 요렇게만 생각해도 신난다. ㅎㅎ
재산으로 다주택자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실거주를 동시에 여러 군데서 하고 싶은 나.. ㅋㅋ
내가 생각해도 어디 한 군데는 돌아 있는 게 분명하지 싶다…ㅎㅎ (이 얘기를 듣는다면 엄마가 내쉴 한숨과 잔소리가 벌써부터 상상이 된다..)
하지만 어딘가 약간 돌지 않은 인생은 재미 없지 않을까? ㅋㅋ
지인과의 대화에서 급작스럽게 첼로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했지만, 사실 첼로 배우기 또한 마음 깊은 곳에 간직해 온 오랜 꿈이다.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은퇴하면 첼로 배울거야’ 였다. (나의 은퇴는 아직 최소 20년이 넘게 남았다. 정년 연장이라도 되었다간 자칫 25년도 더 넘게 남을 수도 있다..)
그 이유는 배우고는 싶지만 일하느라 여유가 없으니 시간이 많아지면 하겠다는 것이었는데, 얼마 전 지인괴 대화하는데 첼로를 배워봤다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첼로를 사서 집에 첼로가 있다고 했다. 비록 3-4달만 배우고 그만둬서 인테리어용으로 세워뒀다고는 하지만.. 첼로가 심장에 가장 가까운 악기라서 연주하면 가슴이 울리는 듯 한 소리가 너무 좋다고 했다.
내가 다른 악기 다 놔두고 언젠가 첼로를 꼭 배우고 싶었던 이유도 영혼을 울려서 내는 듯한 첼로 소리가 너무 좋아서였다.
갑자기 ‘이 친구도 직장 다니면서 배웠는데, 나도 그냥 지금 배우면 되지 않을까? 굳이 은퇴할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점심을 먹으러 지나가는데, 내가 10년 넘게 회사를 다니면서 늘 그 자리에 있었는데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현악사를 지나게 되었다.
사람이 마음을 먹으면 그와 관련된 것만 보이게 되지 않나. 현악사 유리 쇼윈도에 진열된 첼로와 바이올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보니 구석에 작게 붙인 A4 1장이 눈에 들어왔다. ‘피아노/ 첼로 개인 레슨 합니다. 입문/기초/중급. 들어오셔서 문의 주세요. xxx-xxxx-xxxx’
와, 어제 내가 첼로 배워야겠다, 알아봐야지 마음을 먹자마자 오늘 우연히 여길 지나게 되었고 이런 메모를 발견하다니 이것은 운명이다 라고 또 혼자 의미 부여를 하며..
그 길로 점심 먹으면서 집 근처 첼로 학원을 알아보았고 역시나 늘 지나다니기만 했던 집 근처 지하철 역 바로 앞 학원에서 첼로 강습을 한다는 걸 알고 홀린 듯 바로 등록해버렸다.
이름이 ‘솔 바이올린’이어서 바이올린만 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첼로 강습도 있었다!
그리고 작은 동네 학원인 줄만 알았던 이 곳은 알고보니 엄청난 대규모(?) 체인이었다! 왕십리 뿐 아니라 광화문, 시청, 여의도, 잠실, 문정 등등 지점이 있어 한 군데 등록하면 연습실은 모든 곳 다 쓸 수 있고 (회사가 광화문인데! 완전 럭키비키자나..) 젤 좋은 건 첼로도 빌려준다고 한다!! 초기에 첼로를 사야 한다는 것이 진입장벽이었는데 처음부터 살 필요가 없었다.
첫 레슨까지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너무 기대중이다-! (아직 2주나 남아서.. 빨리 시작하고 싶어 레슨 시간을 더 당길 수 있는 지점은 없는지 알아보려 생각중)
첼로 학원을 홀린 듯 등록하고 나니 피아노도 어려울 것 없을 것 같았다.
사실 피아노는 작년부터 배우려고 알아둔 학원이 있었다. 위드피아노라고 성인 피아노 학원으로 꽤 유명한 곳이다. 연습실 공유 시스템이 위에 말한 첼로 학원과 동일하다. 알아보니 여기도 광화문 지점이 있어서 퇴근 후나, 여차하면 점심시간에 레슨 받는 것도 가능하겠다 싶어서 그날 저녁 바로 알아보고 등록했다.ㅎㅎ
피아노는 어릴 때 6-7년 쳤고 성인 되어서도 혼자 쳤는데 어느 순간 멀어지고 안 친 지 10년 됐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꼭 지금일 이유가 없어서 지금껏 안 했었는데, 첼로로 인해 잠자고 있던 나의 음악 연주에 대한 애정이 다시 타오르게 되었다. ㅎㅎ
언제 이 마음이 꺼질 지 모르므로, 하고 싶어졌을 때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바로 해보기로 한다.
오래 배웠지만 클래식 피아노 말고는 쳐 본 적이 없는데, 재즈 피아노도 체험 삼아 레슨 한 번 받아보기를 권유한다 해서 다음주에 클래식 피아노 한 번, 재즈 피아노 한 번 레슨을 잡았다. 재즈 피아노는 대중적인 가요 등을 코드 보고 연주하는 거라서 성인 취미 피아노에서는 아마 더 인기 있는 장르일 것이다. 한 번도 안 해봤지만 재밌을 것 같기도 해서 한 번 체험해 보려 한다.
이렇게 세 가지 프로젝트를 얼렁뚱땅 시작하게 됐는데, ‘해 볼까?’ 생각에서 실행까지 걸리는 시간이 굉장히 짧아서 어찌 보면 굉장히 즉흥적으로 생각 없이 결정하고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본래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조금 생각해서 되겠다 싶으면 더 이상 재고 따지지 않고 시작해 본다. learning by doing 이 훨씬 편한 사람이라서, 일단 시작하고 과정을 그제서야 알아가는 편이다.
선 시작 후 파악을 하는 건데, 보통은 선 파악 후 시작을 많이 하지 않나 싶은데 나는 그게 안 되더라. 계획을 꼼꼼하게 세우거나 무언가 깊이 알아보는 게 영~ 적성에 안 맞고 재미가 없어서, 구상 - 실행까지의 시간이 굉장히 짧은 편이다. 일단 해보고, 아니면 그만두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게으른 나는 계획만 세우다가 영영 시작을 못 할 것이다..
또한 길게 풀어 썼듯이 이렇게 갑자기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마음 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욕구나 위시리스트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첼로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것, 피아노 다시 해야지 생각한 건 모두 10년은 넘었을 것이다.
에어비앤비도 쉽지 않은 과정임에도 도전하기로 한 이유가 ‘언젠가 여기저기에 집을 두고 그때 그때 살고 싶은 데에 살아야지’라는 오랜 내 비밀의 꿈ㅋㅋ이 ‘재밌겠다!’는 마음으로 무의식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마음 속에 품어둔 위시리스트가 어떤 계기를 만나 불꽃이 확 타오르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일단 언제 어느 때나 위시리스트를 마음에 품고 있는 낭만파이기도 하다 ㅎㅎ 위시리스트가 없었던 적이 있었나? 거의 없었던 것 같고 없다고 생각이 들 때가 인생의 위기의 순간이었다)
원래는 무지하게 게으른 사람이라서, 불꽃이 없으면 언제까지 이것이 잠자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 그리고 쉽게 타오르고 쉽게 식는 성향으로 인해 이 불꽃이 언제 금방 꺼질 지 모른다는 것도 잘 알기 때문에 동력이 생겼을 때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게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본능처럼 습관이 되기도 했다.
그리하여 지금은 생각지 못 하게 아주 불꽃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데 ㅋㅋ
3월은 이 불꽃과 함께 꽤나 재미있을 것 같다. ㅎㅎ
한동안 시간이 지난 뒤 이 프로젝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즐겁게 회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