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을 많이 시작해서 꽤나 신나게 보내고 있는 3월이다. 원래 일도 굉장히 여유로워서 더욱 더 걱정없이 신났었는데, 이번주에 다시 일이 좀 생겨서 기분이 좋지 않지만.. 즐거웠던 기억에 집중해보기로 하고 중간 회고를 해보자.
1. 피아노와 첼로 레슨 시작
이번 달 가장 새로운 변화는 피아노와 첼로 레슨을 시작한 것. 피아노는 지금까지 두 번 레슨을 받았는데, 첫 날 재즈 피아노 레슨에서는 10년만에 앉아본 피아노가 너무 어색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끝났다?
두번째 레슨은 클래식 피아노 레슨이었는데, 어릴 때 많이 배웠던 터라 익숙한 장르라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냅다 리스트 사랑의 꿈을 치고 싶다고 하고 악보를 들고 갔는데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치면서 꽤나 후회를 했었다…
사실 포기하고 싶어서 선생님한테 ‘오래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기에 좋은 곡으로 추천해 달라 (=이 곡은 제 수준이 아니라고 솔직히 얘기해주셔도 돼요)‘ 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인내심이 매우 많은 분이신 듯? ㅋㅋㅋ 중단시키지 않고 끝까지 쳐보게 해서 어찌저찌 계속 치게 됐다.
처음엔 도저히 안 될 것 같았는데 연습하다 보니 금방 나아지긴 해서 아 역시 몸으로 배운 건 어디 안 가는구나 하며 스스로 놀라는 중. (이래서 뭐든 어릴 때 배워야 하나..)
어느 정도 멜로디 정도는 들리게 칠 수 있게 되니까 (첨엔 악보 보기 급급해서 내가 치면서도 이게 그 곡이라고? 싶었던) 갑자기 너무 재밌어서 ㅋㅋ 생각보다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
총 6페이지 악보 중 첫 시간에 두 페이지 진도를 나갔으니, 2번 레슨 더 받으면 완성할 수 있는 거겠지..?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리프레시 정도 하려는 가벼운 마음으로 아무 기대 없이 시작한 피아노인데 생각보다 재밌어서 시작하길 잘 한 것 같다.
치다 보니까 더 하고 싶은 곡들도 조금씩 생겨나고.. 재밌게 계속 해 볼 예정.
첼로는 피아노보다 한 주 늦게 첫 수업을 받았다. 오래 전부터 배우고 싶었던 첼로를 드디어 배운다는 생각에 레슨 날짜 잡았을 때부터 설렜었다. 레슨 전날 그리고 가기 전 당일 아침 되니까 설렘 max..
생전 처음 잡아본 첼로는 생각보다 더 크고 무거웠다! 아직은 첼로를 제대로 가누지도 못 하는 수준이지만 당연히 점차 익숙해질 거라 믿으며 연습을 열심히 해보려 한다.
대학 때 바이올린을 1년 정도 취미로 배웠기에 현악기 자체가 처음은 아니라 그래도 덜 어색했던 것 같다. 바이올린과 다르게 줄이 생각보다 정말 두꺼워서 현을 누르는 게 손이 꽤 많이 아프다는 것이 생각지 못 한 난관이었다. 원래 뭐든 힘든 거 젤 싫어하는 사람인데.. 이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힝 아파서 하기 싫어..’가 아니라 ‘아파도 참고 해야지!’ ‘이 시간을 견뎌야 안 아파진다!’ ‘안 아파질 때까지 하자!’ 는 마음이다. 그래서 아 내가 이거 진짜 하고 싶구나? 를 다시 한 번 깨달으며 익숙해지고 즐길 수 있게 될 때까지 존버를 결심했다. 이건 꽤나 오래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처음이다 보니 활을 잡을 때나 현을 누를 때 나도 모르게 힘이 많이 들어가서 손목도 아프고, 손가락도 아프고, 소리도 어색하다. 사실 오히려 힘을 빼야 더 잘 될 텐데를 알고 있어서 의식적으로 힘을 빼려고 하지만 아직 초보라 나도 모르게 자꾸 힘을 주게 된다. 문득 삶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싶었다. 힘을 빼고 여유를 가져야 퍼포먼스가 더 잘 됐던 것 같고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잘하려 했을 때는 시야가 오히려 좁아지고 힘은 힘대로 들고 퍼포먼스도 그닥이었던 것 같다. 힘 준다고 뭐가 잘 되지 않는다는 인생 깨달음을 첼로 연습을 하면서 다시 확인했던 것도 의외의 발견이었다.
2. 에어비앤비 프로젝트
지난달부터 시작한 에어비앤비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고 부동산도 계속 조금씩 돌아보고 있는데, 아직 크게 진척된 것은 없다. 매물을 찾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알고 시작했으니까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작은 성취가 조금씩이라도 보여야 더 신나하는 성향인지라, 뭐라도 나아가고 있다는 지표가 보이지 않으니 도파민이 막 생겨서 ‘너무 재밌다! 계속 하고 싶어!’ 이런 모드가 아니긴 하다. 자체 동력은 현격히 떨어진 것이 보이는데 (원래 프로젝트 하나 시작하면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거나 키워가는 재미만으로도 바로바로 동기 부여가 되는 편) 포기할 생각이 없다면 의식적인 동기 부여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교착 상태를 타개할 만한 돌파구를 찾거나, 아니면 이 지지부진한 상태가 기대보다 오래되더라도 지치지 않고 버틸 수 있도록 기대수준을 낮추고 지구력을 끌어올리자고 생각하고 있다.
3월에 계약하고 4월부터 시작하는 것이 이상적인 목표이긴 했지만, 조금 늦어진들 문제될 것은 없으니 인내심을 갖는 것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시한이 있어야 좀 더 집중력 있게 역량을 발휘하는 건 맞기 때문에 (기한이 없으면 세월아 네월아 흐지부지 될 것 같다) 인내심과 자체 기한 설정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춰봐야겠다.
3. 일을 덜 하자!
2월말부터, 3월 중반까지도 일이 꽤나 한가했고, 야근도 거의 없었다. 굉장히 여유롭고 마음 편한 시간을 보냈는데 이 시기에 나의 창조성과 행복도가 급격하게 올라가는 걸 느꼈다. 작년과 정말 천지차이..
사실 작년에는 일을 좀 더 열심히 해볼까 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1년의 사이클을 돌고 나니까 열심히 할 필요 없는 일이 태반이라는 걸 알게 됐다… 작년에 잘 했네 못 했네 끊임없이 스스로 검열과 외부의 피드백을 들었고, 기왕이면 잘 해내고 싶었고 잘 해내려 노력했다. 그래서 내 실력이 대단히 성장했느냐 하면 그건 아닌 것 같고, 결국 가진 밑천으로 사는 것이다. 작년에도 나는 어느 정도는 잘 하고 있었는데, 내외부의 피드백이 부당한 면이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ㅋㅋㅋ 작년에도 그 한계를 똑같이 느꼈는데 그래도 그 때는 노력해서 부족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낫게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면, 올해는 ‘굳이?’ 로 태도가 바뀌었다. ‘그거 좀 못 한다고 이 회사 다니는데 지장은 없을 것 같은데? 이 팀이 좀 유난인거지 여기 떠나면 노 상관일 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1년이 지나니 강해졌다.
그리고 일을 덜 하고 일찍 퇴근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느끼는 주관적 삶의 질이 완전히 달라지는 걸 보고 나는 일을 안 해야 되는 사람이라는 걸 완전히 깨달았다. ㅋㅋㅋ
그래서 올해의 목표는 최대한 일 안 하기, 야근 안 하기로 삼았다. 팀 자체가 야근을 종종 하는 분위기인데 그 와중에 혼자 일찍 가는 게 살짝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 나만 너무 한가해보이나.. 하는 마음에 괜시리 남아있기도 했었는데 다 쓸데없는 것 같다. ㅋㅋㅋ
그냥 마이웨이를 가는 돌아이가 좀 더 되어보기로 한다. (이게 디폴트로 장착된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그렇지 않았던 사람이 실천하려면 은근 쉽지 않다.. 의식적으로 굉장히 노력해야 함)
중간 회고이니, 이 마음으로 남은 3월도 잘 보내고 일보다 삶이 풍요로웠던 3월로 월말에 회고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