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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Sep 20. 2016

나는 스타트업에서‘이것’과 ‘저것’을 합니다

다양한 업무 경험으로 큰 그림을 그리다

어니스트펀드의 2PM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우스갯소리로 2PM을 맡고 있다고 대답한다.  People manager와  PR manager, 두 가지 업무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에 대해 말하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두 업무가 병행하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있는 업무가 아니냐는 반응,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게 추가적으로 이런 말도 덧붙인다.


”회사에 처음 왔을 때는 디자인 업무도 했는데요?”


회사에 처음 왔을 때를 회상해보자면, 당시에는 디자인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었다. 마침 평소에 블로그를 관리하면서 조금씩 배웠던 포토샵을 활용해서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디자인 전공자도 아닌 내가 디자인 업무를 하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고, 디자인 업무를 하는 시간이 과연 내게 도움이 될지 의구심도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디자인 인력이 추가로 채용된 뒤에 디자인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되었다. 디자인 업무를 했던 시간들, 그 시간들이 과연 내게 낭비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자인 업무를 했던 시간들은 내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됐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디자인에 대해 고려하게 되고, 평소에 글로만 상상했던 영역들에 디자인이 더해져서 좀 더 넓은 범위의 기획이 가능해졌다. 


PR업무를 주로 하다가, 평소에 회사 문화에 관심이 많았기에 자연스럽게 '피플' 업무를 함께 하게 되었다. 두 업무는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업무는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하게 두 업무는 연관되어 있다. 피플 업무를 하면서 구성원들과 나눈 이야기를 아이디어 삼아서 보도자료를 기획하기도 하고, PR방향성에 대해 고민할 때 보도자료 하나하나가 구성원들에게 어떤 소속감을 느끼게 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굳이 PR과 피플 업무가 아니더라도 한 회사 안에서는 모든 업무가 서로 연결되고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간다. 어림짐작하던 영역에 발을 디뎌 체험을 해본 순간, 사람은 성장하게 된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깨너머로 보기만 했던 일과 직접 체험해본 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가 회사 전체에 얼마나 큰 의미가 될 수 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다.


현재 몸 담고 있는 회사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큰 그림을 보고, 맥락을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러한 시야를 가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업무를 접해보는 것이다. 나의 일과 남의 일을 철저하게 분리시키는 것은 큰 그림을 볼 기회를 스스로 없애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어깨너머로 보기만 해서 구체적으로 그려지지 않던 영역들이 직접 겪고 나서야 비로소 선명해지는 것을 느낀다.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판다'고 스피노자는 말했다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판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말했다.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한 분야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야 한다고. 넓은 시야가 결국 깊이 있는 시각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전문성이란 다른 업무에 별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자신의 업무만 할 때가 아니라, 자신의 업무가 회사 전체의 큰 맥락 안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할 때 길러지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누군가 내게 스타트업에서 무슨 일을 하냐고 물으면 ‘이것저것 다양하게’ 하고 있다고 대답하고 싶다. 이것저것 다양하게, 아주 넓게 파보려고 한다. 넓게 파는 습관이 결국 나를 깊이 있는 지점으로 데려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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