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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글과 성인광고

광고에 파묻힌 좋은 글

by 김승

"이 글 읽어봐."


지인이 좋은 글을 읽었다면서 공유해준다. 어떤 언론사에 올라온 글이다. 그런데 글을 읽기가 힘들다. 여기서의 '읽기 힘들다'는 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글이 올라와있는 사이트에 광고가 너무 많이 때문이다. 일단 글의 텍스트 위에 무척이나 많은 광고창이 떠있다. 광고창을 하나하나 엑스 버튼을 누르고 꺼버린다. 글 문단과 문단 사이에 광고가 들어간 경우는 이제 너무 익숙하다. 누군가는 광고를 누르고 글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있을 거다. 광고주는 그걸 기대하고 돈을 주고 광고를 노출했을 거다.


굉장히 진지한 내용의 글이다. 그런데 본문 위에 뜬 광고들을 꺼도, 사이트 곳곳에 선정적인 광고글과 사진이 보인다. 내가 방금까지 읽은 이 글이 성인광고들 사이에서 살아남는 게 가능할까. 좋은 글을 썼는데, 그 글이 성인광고 사이에 묻혀있다면 어떻게 빛을 볼 수 있을까.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콘텐츠로 먹고사는 대부분의 사이트들은 수익을 창출하기 힘들어한다. 광고에 대해 의존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들도 이왕이며 광고 없이 콘텐츠만 깔끔하게 노출하길 원할 거다.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믿고 싶다. 적어도 글을 쓰는 이들은 그걸 원하니까. 그 누구도 글을 쓰면서 자기 글이 광고창에 뒤덮여있거나, 문단 사이에 글과 전혀 상관없는 광고 배너가 한 문단보다도 큰 크기로 위치해있거나, 글을 읽는 내내 옆에 성인광고가 떠있기를 바라지는 않을 거다.


매일 같이 여러 플랫폼을 통해 글을 읽는다. 좋은 글은 따로 링크를 메모해두고 주변에도 공유해준다. 다만 앞에서 말한 광고로 가득한 글들은 공유하기가 망설여진다. 내가 광고 페이지를 공유하는 건지, 글을 공유하는 건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좋은 글은 매일매일 탄생할 거다. 다만 좋은 글을 읽기 위해 가야만 하는 그 사이트에 광고가 얼마나 많을지, 이에 대한 걱정 또한 앞으로도 늘어날 듯하다.



*커버 이미지 : 에두아르 마네 '풀밭에서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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