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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승 Sep 21. 2017

내가 만든 가죽지갑이야, 너에 대한 생각을 넣어둔

가죽공예 데이트

늘 널 생각해


애인이 내게 불러 달라고 한 노래의 제목은 ‘널 생각해’였다. ‘너를 떠올리는 그 시간을 따로 두진 않아, 늘 널 생각해, 그래 널 생각해’, 노랫말이 마치 나의 마음인 것처럼 노래를 불렀다. 내가 늘 함께 있어 주지 못하지만 항상 애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이 노래로 조금은 전달이 되었을까. 잠들면 희미해질 나의 노래 대신 좀 더 선명하고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징표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마음을 담아 가죽을 다뤄보기


징표가 될 만한 것을 함께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애인과 데이트 때마다 쓰던 마일로 앱으로 여러 취미를 살펴보다가 가죽공예를 예약했다. 애인과 가죽으로 카드지갑을 만드는 시간이 온전히 가죽 안에 깃들지 않을까, 라는 기대와 함께. 제법 익숙해진 우리 둘 다 가죽공방은 처음이다 보니 서로에게 낯선 표정을 보여줬다.


가죽 원단으로 카드지갑을 만들 때 필요한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고 자르면서, 우리의 인연이 처음 시작할 때 얼만큼의 마음으로 다가가야 할지 고민했던 밤들이 떠올랐다. 평범한 가죽원단이 예쁜 카드지갑이 될 수 있도록 자르고 붙이는 각종 도구를 보면서, 평범한 나 자신을 당신에게 보여줄 때마다 장점을 뽐내고 단점을 감추려 애썼던 만남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사랑과 가죽은 닮았다


덤벙대는 나도 집중하고, 팔에 악력이 별로 없는 애인도 뚝딱뚝딱 만드는 걸 보면 가죽공예는 추억을 만들기에 좋은 취미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평범한 가죽을 특별한 카드지갑으로 만드는 과정은 사랑하는 과정과 참 많이 닮았다. 평범한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가장 특별하게 만들 듯, 우리는 열심히 가죽으로 카드지갑을 만들었다. 점점 완성되어가는 카드지갑이 마치 점점 단단해지는 우리 사이인 것만 같아서 든든하게 느껴졌다.



지갑에 너와의 시간을 담고 싶어


내 손으로 완성한 카드지갑 안에는 애인과의 시간이 온전히 담겨있었다. 신기해하고, 집중하고, 감탄하는 당신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자꾸 카드지갑을 열어보고 만지작거려본다. 우리는 각자 만든 카드지갑을 서로에게 선물했다. 서로의 이니셜을 새기고, 서로에 대한 마음을 담아서, 서로를 간직할 수 있도록. 시원한 촉감의 가죽카드지갑이지만, 만질 때마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은 아마 그 안에 담긴 추억 때문이 아닐까.



내가 만든 가죽지갑이야, 너에 대한 생각을 넣어둔


사랑의 징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가죽공예에서 가장 크게 남은 것은 가죽카드지갑보다도 서로 함께했던 시간이 아닐까. 다음에 또 가죽공예를 하게 될지, 도자기공예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우리가 함께하는 매 순간이 우리에겐 사랑의 징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랑하는 순간을 쌓아가기 위해, 우리는 다음 주에도 마일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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