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은 서툴지만 물과는 아주 친한

세 화가의 명화 속 수영하는 사람들

by 김승


수능이 끝나고 제일 먼저 한 것은 수영장 등록이다. 이제 어른이 되었으니 여행도 다니고 수영할 일이 많아질 테니까. 제2의 마이클 펠프스를 상상하며 첫 수업을 들었는데 현실은 음~파! 호흡과 발차기 5분만 해도 힘들어서 헉헉댄다. 물에 뜨질 않아서 발로 걸어 다니고, 호흡할 때 ‘음~’하고 물 먹고 ‘파!’하고 물 뱉는 시간이 계속된다. 실력의 발전은 없었으나 물과 함께하는 순간은 늘 즐겁다.


대학입학과 함께 바빠지면서 수영을 그만뒀다. 여행지에서 수영을 하려고 배웠지만, 학점, 군대, 취업 등 당장 해결할 것의 우선순위에서 여행은 계속해서 밀렸다.


최근에서야 수영복 대신 미술관티켓이 든 가방을 들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미술관의 다양한 작품 중에서 물과 관련된, 누군가 헤엄치는 그림 앞에서 멈춰서는 나를 발견한다. 잊은 줄 알았던 수영의 기억이 떠오른다. 물에서의 호흡, 팔다리를 뻗을 때마다 느껴지는 물의 감촉, 수영이 끝나고 곱씹는 물의 여운.


아직 내 몸은 기억하고 있던 거다. 물과 함께했던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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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하고 마시고 ‘파!’하고 뱉는 호흡법을 열심히 외웠다. 정작 나의 호흡은 ‘읍!’하고 물에 빠졌다가 ‘하!’하고 물 밖에 나와서 숨을 빨아들이는 식이다. 의지와 상관없이 물에 잠길 때면 들리는 소리가 있다. 마치 물이 숨 쉬는 소리 같다. 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면 물과 진짜 호흡하는 느낌이다. 수영에 필요한 호흡에 실패해서 물에 잠길 때마다 들리던 물의 호흡소리가 내게는 괜찮다고 말하는 위로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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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영, 접영, 배영은 꿈도 못 꾸고 자유형을 하는데 조금 가다가 가라앉아서 두 발로 걸어가는, 단어 그대로 ‘자유’형이 된다. 손으로 물살을 가르고 발로 물을 찰 때마다 저항보다 포근함을 더 많이 느낀다. 물의 온도는 금세 내 체온을 닮아가고, 물의 형태는 손과 발의 방향에 따라 바뀐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는 하루 끝에 수영장을 찾는다. 물은 언제나 자신의 온도와 형태를 내게 맞춰준다. 덕분에 내가 믿는 물의 감촉은 항상 부드럽고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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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는 자신을 계속 상상해보라는 주변의 조언에 따라 상상을 시작하면 막상 떠오르는 것은 내가 아니라 물이다. 수영이 끝나면 귀에는 물의 호흡소리가, 입에는 물의 맛이, 쪼그라든 손에는 물의 촉감이 남아 있다. 그 여운을 느끼며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물처럼 편견 없이 포근한 존재가 되고 싶다고. 오늘도 물이 되는 꿈을 꾼다.



커버/썸네일 이미지 : Munich Olympic Poster 1972, David Hockney
이미지 출처 : www.wikiart.org, www.davidhockney.co, alexcolville.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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