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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초록 Aug 28. 2022

한산 크리틱

 당탁순 시리즈


*당탁순 시리즈 : ‘당신의 탁월한 순간’. 주로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물을 기반으로 작감배와 작품 전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붙잡아두고 싶을 만큼 탁월한 예술적 순간을 깊이 사랑하는 편인데요. 그 사랑에 대해서 씁니다. 글이 모이면 원고의 일부를 재편집, 재기획해 책으로 출간할 예정입니다.


영화 한산(2022, 김한민 감독)에 대하여


1.n차 관람하신 분?

두 번 봤다. 한산. 두 번 보길 잘했다. 디테일까지 보기에는 한 번으로는 부족했다. 배우들의 연기를 세밀한 지점까지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인데, 전투씬에 몰입하며 따라가다보면 연기를 놓치고, 연기와 메시지에 집중하다보면 전쟁의 흐름을 놓쳤다. 그래서 두 번 봤다.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고, 이해했고, 생각을 더 정리했다. 아, 첫번째 관람 때 음향이 좋지 않았다. 그것도 두 번 관람한 이유 중 하나다. 서울 포함 전국 영화관의 음향 시스템과 스크린 크기를 각 관별로 정리해두신 분이 분명 어딘가 있을 텐데… 아는 분은 제보를 부탁드린다. 간절하다 진짜!


2.사극러는 와키자카의 눈알 같은 마음이야

러닝타임 내내 나는 왜장 와키자카의 눈을 음미하다시피 감상했다. 눈알조차, 아니 눈알이 변요한 연기의 최전선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눈에 영혼을 치덕치덕 발라놓고 연기했다. 거의 안구 전체가 은은한 광기로 빛이 난다. 속된 말로 은은하게 돌아있다. 어찌나 즐거웠는지. 온몸의 기관들 하나하나마저도 그 인물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연기자를 만날 때 나는 흥분한다. 같이 미칠 수 있어서 행복하다. 변요한은 더 대단한 배우가 될 것이다.


음, 역사와 과거를 좋아하고, 역사책과 콘텐츠를 좋아하고, 언젠가는 역사학도가 되고 싶다고도 생각했었고, 근현대사가 수능 과목에 있던 때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 시절 별명은 근신(근현대사의 신)이었다. 강점기를 샅샅이 배울 수 있는 과목이었고 나는 책 속의 글씨란 글씨는 모두 외웠던 학생이었다. 독립운동단체들의 갈리고 합치고 다시 갈리고 합치는 계파와 시기와 그들의 이동 동선까지 전부(지금은 다 까먹었다). 일본과는 여전히 전쟁 중인 것처럼 적대적인 감정이 내 안에 존재한다. 어쩔 수 없이 그런 마음이 된다. 언제나 경계하는 마음, 언제고 다시 적이 될 수 있다는 마음, 그들을 믿지 않는 태도. 과거의 일을 화해하고 용서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그들이 언제고 다시 우리의 적이 될 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내게는 있다. 한국과 일본이 동맹인 것을 알지만 한 번도 그 둘이 친구였던 적은 없다. 우리가 벗이 되고픈 마음이 없는 것은 당연하나 그들이 우리를 적대시하는 것은 우습다. 언제까지나 우리를 내려다보는 그 태도, 호시탐탐 손해를 이리로 넘기려는 야욕 같은 것들. 이 세계의 외교안보라는 게 원래 다 그런 거고 언제 누가 이 땅을 짓밟는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거라지만 그게 일본일 수만은 없다. 그걸 용납하느니 죽는 게 낫다. 그런 마음으로 사는 내게 이순신 장군님의 대표 해전 시리즈를 보는 일은 약간, 전쟁터의 병사 1이 되는 기분을 갖게 한다. 노력하지 않아도 과몰입이 쉬운 콘텐츠로는 1등이다.


나는 평소에 나를 두고 ‘사극러’라고 명명하고 설명하는 편인데 그것은 사극을 소비하는 걸 좋아한다는 뜻도 결국 사극을 쓰고 만들고 싶다는 뜻도 포함이다. 사극 중에서도 선명한 역사적 인물과 사실과 메시지를 구현해내기로는 최근 십 년 간 이 시리즈만한 게 있을까 싶으니 내게 2022년의 한산은 그 만듦새와 별개로 기쁨이고 즐거움이다. 개봉 전부터 설레는 맘으로 기다렸다.


작품 속에서 보이는 와키자카의 텐션만큼이나 관객으로서의 내 텐션도 뒤지지 않았다. 그의 입장에서도 대단한 적장이었던 이순신 장군과 제대로 부딪혀보겠다는 그 태도와 기세가 마음에 들었는데, 한산을 보는 내 마음이 그와 비슷했던 것 같다. 어디 한 번 제대로 부딪혀보자, 네가 나에게 뭘 보여줄지 한 번 보자, 이런 마음으로 스크린 앞을 지켰던 것 같다. 속속들이 보고 적고 기억해서 돌아왔는데, 엄두가 안 나서 다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올 여름 이 작품 덕분에 즐거웠고, 자극 받은 부분이 있고,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노량을 기다리게 됐다. 명작이라고 할 수는 없대도 하고픈 말이 이만큼이나 많아지는 작품도 흔하지 않다. 빼어난 부분이 분명 있는 영화다.


3.잠깐 딴 얘기지만, 리뷰하는 마음

무언가를 리뷰할 때는 단점보다 장점을 쓰는 편이다. 단점을 꼭 쓰자면 마지막에 추신 정도로 달아둔다. 언제부턴가 그렇게 하게 됐다. 어떤 원칙을 세운 것은 아닌데, 그냥 그렇게 하고 싶다. 만든 사람들이 와서 이 글을 읽는다고 생각했을 때, 느낀 진실만을 말하고 싶고 더불어 그들의 노력을 존중한 리뷰를 하고 싶다. 내가 책을 쓰고 있고 친구들이 드라마와 영화와 영상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그 결과물이 읽거나 보는 이에게 아쉬울 수 있지만 제작하는 이에게만큼은 최선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싶다. 그래서 좋은 것은 더 열심히 적고 싶고 아쉬웠던 부분은 담백하게 쓰려고 노력한다.


역점을 두지 않을 뿐 느낀 단점도 진실되게는 쓴다. 장점 역시 과장하거나 거짓을 쓰지는 않는다. 스스로 감탄하고 자극 받은 부분이 있을 때에야 그것을 장점으로 쓴다. 정말 한 마디도 보태고 싶은 말이 없는 콘텐츠들도 많다. 재밌게 보았어도 그런 경우가 더 많다. 한산은 이례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백만스물몇개쯤 되는 작품이라 나도 좀 놀랐다. 명량에서는 그런 마음이 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초요기 올리는 장면을 사랑했지만).


4.인재론을 다룬 한 권의 책 같았다

계속 쓰는 중! (아주 긴 리뷰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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