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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초록 Aug 28. 2022

8월 말, 22년

쓰는 삶, 오늘


1.가을이 오는구나?

두 달 전 두 번째 에세이집(그대로 괜찮은 파랑, 뜻밖, 2022)을 출간하고, 여기저기 인사를 드리고 소소한 홍보도 하고 내가 쓴 내 책을 여러번 다시 읽기도 하고 책을 매개로 새로운 인연들도 만나고. 그렇게 두 달의 여름을 보내고 이제 제법 쌀쌀한 기운마저 느껴지는 가을을 맞이하는 8월 말. 3년을 고생해 만든 책이 세상에 나올 땐 후련하고 기쁘고 짜릿했는데, 이제 내 손을 떠나 독자들의 세계에 당도한 그 이야기들이 가끔은 그립다. “다른 이야기, 다른 사랑에 대해 쓰더라도 나는 여전히 나의 이야기들, 너희들을 사랑한단다. 떠나는 것이 아니야. 함께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는 거지.” 책들이 인간의 음성 언어를 알아들어준다면 오늘밤은 이런 말을 건네고 싶다.


2.새 단행본 출간 준비 중!

2023년 초 세 번째 단행본을 출간할 예정이다. 사랑하는 나의 고양이 가을이와 살아가는 일상 속 단상들. 짤막한 손바닥글, 문장글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에는 각 편마다 단문의 문장 하나씩만으로 이뤄진 문장집으로 만들려던 것이었는데, 역시, 안 될 일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결국 단상집이 되었다. 가을이와 처음 가족이 되었던 2015년에 쓴 두 개의 글을 브런치에서 많이들 좋아해주셨다. 그때 기뻤다. 가을이 소식을 궁금해해주셨던 분들도 계셨는데, 더 이어 쓰지 못했다. (가을이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단상집이 출간되면 그때 가을이 얘기를 읽어주시고 사랑해주셨던 분들께도 소식이 전해질 수 있으면 좋겠다. 단상집은 네 개의 장, 150개 전후의 문장 혹은 짧은 글로 이뤄져 있다. 8월 초부터 퇴고를 시작했다. 남은 올해는 단상집 교정본과 함께 보내게 될 것이다. 기쁜 일이다. 이 멋진 여정을 내게 선물해준 나의 고양이 가을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올해의 아름다운 가을과 겨울도, 내년과 내후년과 그 이후 먼 미래의 사계절까지도 언제나 함께 해주렴. 사랑하는 나의 솜솜(가을의 셀 수 없는 별명 중 하나).


3.네 번째 원고의 향방

네 번째 원고를 7월에 열흘쯤 썼다. 큰 고민없이 에세이 형식으로 쓰다가, 어떤 전환점을 맞이하고서 홀드해두고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복합 장르로 쓰면 그 책은 어느 매대에 가야 하지? 도 궁금하고, 아니, 그렇게 쓰고 책이 될 수 있으려나? 싶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책이 되는 때의 그 애 모습이 보고싶다. 축제하는 마음으로 쓰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기뻐할 사람들의 바로 그 기쁨을 떠올리며 계속 작업하고 싶다. 사랑과 존경을 담아 만들어야 할 무엇이기 때문에 신중해진다. 그들이 예술을 해온 마음과 태도와 삶을 알기에 그 삶에 폐를 끼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일말의 확신이 설 때에 책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로 머릿속에서 영사기는 돌아가고 있으나 원고는 아직 잠들어있다.


4.엄마와의 작업

8월말이라는 제목을 달아놓고 9월에 쓸 수 없으니 서둘러 이어쓴다. 오늘은 8월 31일, 지금은 31일로 넘어가는 새벽이다. 비가 오다 그쳤다. 엄마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 나의 부모님은 보석 같은 사람들이다. 대단한 사람들. 반짝이는 사람들. 그들이 내 자리에서 태어났다면 나보다 열 배, 백 배는 더 빛나는 삶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들이 가진 빛으로부터 파생되었다. 부모님에 대해 쓰고 싶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그것도 언젠가 쓰려는데, 아직은 어떤 외형을 한 기획이어야 하는지 계속 고민 중이다. 일단은 엄마의 삶 일부분에 대해서 쓰려는데, 그 일부분을 들여다보면서 엄마가 새롭다.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과 동시에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우리는 타인을 얼마나 무심히 지나치며 살아가는가(가족이라 할지라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네 번째,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중의 한 권이 되지 않을까 가늠하고 있다. 인터뷰 형식으로 쓰고 싶기도 하고 엄마의 딸인 내 입장에서 쓰고 싶기도 하고 아직은 오락가락 하는 중.


5.긴긴날 그려왔던, 그러나 새로운 시도

초단편? 아름다운 초단편들을 써서 한 권으로 만들고 싶다. 아직 감은 잘 안 온다. 하나를 써보면 둘을 쓸 수 있을 테고 뭐가 부족하고 뭐가 강점인지 알게 될 텐데, 아직은.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있다. 이야기들이 태어나는 토양은 오선지.


6.소설을 쓴다는 

무턱대고 뛰어들 수 있는 일인지 헤아려보고 있다. ‘소설’을 쓰려고 한다기보다는 쓰고 싶은 시절이 있다. 그것의 외피가 소설이 될 텐데, 잘 하고 싶어서 연습과 배움이 필요할 것 같다.


7.리뷰의 리뷰를 앞두고

두 번째 책 ‘그대로 괜찮은 파랑’을 읽어주신 감사한 독자님들의 리뷰를 울고 웃으며 기쁘게 읽었는데, 그괜파 계정에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차차 하나씩.


8.브런치 매거진 새로 시작

Best before’과 ‘공부하기 싫거든요’를 새로 만들었다. 주로 이 둘을 많이 쓰게 될 것 같다. ‘쓰는 삶’에는 집필활동 소식을 시나브로 기록하려고 하고, ‘시선일지’와 ‘영화들’, ‘초단편들’ 매거진에 올리는 글들은 쓰는 삶에 어떤 양분이 되어주기를, 그러다 세이브원고가 되는 날도(?) 오기를 바란다.


8월이 끝나간다. 여름도 함께 간다. 언젠가부터 여름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어릴 적에는 언제나 다시 올 여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여름이 끝나갈 때에 우리의 삶도 함께 저무는 것처럼 서글픈 마음이 든다. 삶을 사랑한다는 뜻일 것이다. 내가 가진 것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 사랑을 보듬으며 가을과 겨울을 웃는 낯으로 반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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