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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록원 Jun 14. 2019

디테일의 힘

IMPOSSIBLE IS POSSIBLE <에릭 요한슨 사진展>


정말 기대했던 전시이다. 직접 전시에 가서 본 그의 작품들은 더 정교하고 대단했다. 확실히 인터넷으로 작품을 보는 것과 실물로 인쇄된 작품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감흥이 달랐다. 그의 디테일한 스킬들과 정교하게 표현된 색감들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1년에 단 8개 내외의 작품을 작업하는 만큼, 그는 그의 작품을 위해 엄청난 공을 들인다. 프리뷰에도 적었지만, 그는 사진에 사용되는 '모든' 요소들을 직접 촬영한다. 보통 초현실주의 사진-합성아트웍을 작업하기 위해 인터넷에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이 보통이다. 필요한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직접 찍기 위해선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초현실주의 사진 작업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보통 이런 것 들이다. '물방울, 연기, 불씨, 반짝이는 효과, 먼지 등등' 이런 요소는 사진을 더욱 자연스럽게 하고 작가의 머릿속에 있던 이미지를 표현해내는데 탁월한 역할을 하나 직접 이것만을 촬영하기에는 번거롭기 그지없다.


우리나라에선 비교적 인지도가 낮지만 해외에서 이미 수많은 전문가, 능력자, 팬층이 있는 초현실주의 사진 작업을 위해 많은 작가들이 직접 촬영을 하지만 보통 메인 요소 (인물이나, 메인 사물, 배경)를 촬영하는 경우가 많고, 에릭처럼 모든 요소를 전부 직접 촬영해 (혹은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들어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으면 되는 걸 직접 힘들게 일일이 촬영하는 게 작품에 어떤 도움이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에릭의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그의 작품은 한치의 오차가 없다. 어색한 부분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상상을 정말 그대로 이미지로 구현해냈다. 그가 작업을 위해 고집하는 과정은 그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보통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자료는 정말 많으나 '이 정도면 괜찮은' 요소들이지, 창작자가 원하는 것에 100% 일치하는 것을 찾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이 정도면 괜찮은' 요소들의 존재는 때론 옥에 티가 되기도 한다. 작품을 세세하게 들여다볼수록 더 잘 보인다.


에릭의 방법은 번거롭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지만 보다 완벽하게 그의 상상을 작품에 담아낼 수 있게 한다.  모든 요소들을 직접 촬영하고 준비하는 것 말고도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에릭은 정말 (정말..) 공을 들인다. 의외로 사진 촬영은 1주일 안에 끝나고 실제 찍은 사진들을 가지고 작업하는 과정은 20시간 정도지만, 미묘한 차이를 잡아내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그는 몇 개월의 시간을 쓴다. 그렇게 신중한 과정을 거친 후에도 디지털 매체를 통해 대중들의 피드백을 받은 후에야 최종 작품을 공개한다.





전시에서 직접 본 사진 중에 에릭의 '디테일'이 유독 인상 깊었던 사진은 이미 노트북으로도 확인했던 이 두 작품이다. 자세히 보이지 않았던 하늘 부분의 질감을 실제로는 자세히 볼 수 있었는데, 유리가 깨진 질감이 하늘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모습은 놀랍다. 깨진 틈은 바로 밑 강과도 연결된다. 두 번째 사진에서도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안 보이는 부분까지 신경 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허공에 줄로 매달아놓은 양동이, 옥상의 의자, 집으로 올라가는 듯한 작은 사람의 모습까지. 보통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신경 쓰는 에릭의 집요함이 돋보인다.


Impact 작품과 디테일
Self-supporting 작품과 디테일



전시에서 직접 감상할 맛이 나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전시를 보고 온 입장에서 몇 가지 팁을 드리자면, 전시공간에 비해 관람객이 많아서 기왕이면 주말보단 평일에 가는 것을 추천드린다.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가 나눠지는 구간마다 걸려있는 글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별도로 구매를 안 해도 상관이 없을 듯하다. (필자는 오디오 가이드를 구매해 들었었다.) 마지막으로 그냥 작품을 감상하기보다 작품의 세세한 부분을 찾아보며 관람하면 더욱더 흥미로울 것이다. 전시되어있는 작품들은 크고 인쇄 품질이 좋기 때문에 이 디테일을 찾기에 최적이다. 전시 곳곳에 있는 작업 비하인드 과정이 담겨있는 영상도 빼먹지 말고 보길 추천한다.






writer 심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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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플랫폼 '아트인사이트'에 기고한 글입니다.

전시 관람 후 적은 '리뷰'입니다.

아트인사이트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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