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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록원 Jul 20. 2019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리뷰


이번 전시를 선택한 이유는 바로 전시의 타이틀 때문이었다. 19년 2월부터 디뮤지엄에서 개최되었고 아직 진행 중인 이 전시의 타이틀은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라는 문구다.


관객이 가장 처음 전시를 접하게 되는 타이틀에서조차 '그리는 것'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기 때문에 전시로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했고, 그리는 것을 업으로 삼진 않았지만 그리는 것에 대한 로망이 있는 필자에게 유독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뭣보다 작품이 없어져버린 - '전시'라는 문화활동만을 파는 듯한 전시가 많아지는데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으로서, 제목부터 '그리는 것' 즉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전시가 실제로 어떨지 기대감이 커졌다.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만족스러운 전시였다. 사실 대림문화재단의 세 전시장 중 대림미술관과 구슬모아당구장에서 하는 전시를 가본 적이 있다. 두 전시장은 전시의 내용은 달랐으나 전시 구성이나 전체적인 분위기가 비슷했다. 입구부터 굿즈 판매 공간까지 모든 공간이 잘 꾸며져 있었고, 전시 내용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었으며 서비스도 훌륭했다. (도와주는 스태프분들도 많고 친절하셨다.)


다만, 그런 것들에 비해 전시된 작품의 존재감이 옅었다.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은 좋아하지만 가끔 주객전도가 되어 전시의 가장 본질인 작품의 존재감마저 옅어지는 경우가 있다. 위에서 말한 '작품이 없어져버린 - '전시'라는 문화활동만을 파는 전시'가 이런 전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쉽게도 위의 두 전시장에서 본 전시가 개인적으로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대림문화재단의 세 전시장 중 나머지 하나인 디뮤지엄에서 개최 중인 이번 전시에 대해 기대감과 실망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도 전시는 아주 충분히 그리고 애정 있게 작품과 작가들을 보여주었고, 전시에서 본 작품과 작가들은 하나같이 개성 있고 매력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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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아닌 오늘의 그림들


이번 전시의 특징이자 매력 중 하나는 과거의 유명한 아티스트가 아닌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별다른 설명 없이 작품만을 감상해도 거리감 없고 친근하게 볼 수 있었다.


시대에 알맞게 SNS 활동을 하는 젊은 작가도 많아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창작하는 작가를 발견했을 때 바로 인스타그램 등으로 그들의 작업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토록 거리감이 없을 수가..! 또한 작가들 제각각의 개성이 짙은 작품들임에도 우리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작가들이어서 그런지 디뮤지엄 특유의 젊고 현대적인 감성과도 어울렸다.


왼쪽부터 차례대로 Rain, 2015 ©Eomyujeong  / Age gap, 2017 ©Moonassi / Sundaayyyssss, 2014 ©Stefan Ma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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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기에 흥미로운 작품들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에선 작가별로 작품을 소개한다. 단순하게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이 작가의 작품이다라고 구분하는 걸 넘어서, 전시공간 자체를 작가의 개성에 맞게 꾸몄다. 조명과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작가별로 몰입도를 높인다. 그래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의 수가 16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임에도 불구하고, (게다가 당연히 작품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작품들이 전혀 혼동되지 않는다. 아주 확실하게, 적극적으로, 작가들 개개인의 개성을 살린 전시였다.  


작가 고유의 개성과 정체성이 강조된 만큼 작가들이 자신의 그림에 대해 생각하는 것과, 그들이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은 것, 더 나아가 그들의 일상과 생각을 엿보기는 더 쉬웠다. 그 점이 좋았다.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전시는 16인 작가들 제각각의 '그리는 것'을 강조하고 보여준다.


신기한 건 정말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은 한 명 한 명 너무나 달랐고, 개성이 짙었다. 그림만 봐도 바로 누구의 작품인지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림에 담으려 하는 것도 다 달랐다. 누군가는 그림으로 자신의 상처를 표현하려 하고, 누군가는 순간을 담아내고 싶어 하고, 누군가는 메시지를, 누군가는 느낌 자체에 집중한다. 모두 다르면서도, 다르기에 흥미로운 작품들이었다.


작가의 개성이 잘 반영된 공간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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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아보세요


누군가와 완벽하게 같아질 순 없지만 취향이 비슷할 수 있듯이, 전시를 보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를 발견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아물 루(Oamul Lu)'라는 작가의 작품들이 너무 좋았다. 필자는 순간의 느낌과 분위기를 표현하거나 기록하는 걸 좋아하고 또 그렇게 하려 공을 들이곤 하는데, '오아물 루'의 그림들이 하나같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의외로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는 사진으로 잘 표현이 되지 않는다. 마치 필터가 씐 듯 나만이 알 수 있는 무드가 있는데 그걸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게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아물 루'의 그림들은 그만의 필터가 씐 채 그의 기억에 남았을 순간들이 담겨 있어 좋았다.  


Chilean desert, 2015 ©Oamul Lu


또 기억에 남는 작품은 Stefan Marx의 '일요일을 그려주지'라는 작품이다. 스트릿 문화를 사랑하고, 밑그림을 그리지 않고 바로 그림을 그린다는 그의 자유분방한 태도처럼, 전시장에는 조그만 액자에 담겨있는 작품이 아닌 벽 전체를 가득 채운 벽화가 있었다. 그가 직접 이 곳에 와서 그렸다고 한다. 벽에는 물감의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있었고 거기에는 거침없는 그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가 직접 벽에 그린 Sundaayyyssss, 물감의 질감까지 느껴진다


이 작품들 말고도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품과 작가들이 많았다. 전시에서 당신의 취향에 맞는 작가를 찾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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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관람 TIP


미리 어플을 받아 온라인 회원가입이 되어있으면 전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굿즈샵에서도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도 유료가 아니라 어플을 이용하여 무료로 들을 수 있다. 게다가 오디오 투어를 듣다 보면 퀴즈가 중간중간 있는데, (답도 바로 알려주는) 전시가 끝나고 그 퀴즈에 대한 답 하나를 입구에 있는 멤버십 데스크에 말하면 소정의 선물을 받을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 맨 끝에서야 알려준다.) 락커도 무료로 제공해주어 무거울 수 있는 가방 등의 짐을 보관하기도 편하니 이용하면 좋을 듯하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진행하니 아직 관람하지 못한 분들에게 이 전시를 추천한다.



디뮤지엄은 2019년 2월 14일부터 2019년 9월 1일까지 마스터 일러스트레이터들을 포함해 최근 독창적인 작업으로 세계 각지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16인의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등 35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를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익숙한 듯 새로운 풍경, 내면으로의 여정 등을 보여주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작가들의 작품 세계를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선보입니다. 이를 통해 역사 속에서 각 시대의 다양한 면모를 기록하고 기억할 뿐 아니라 개인의 생각과 상상을 시각화하여 개성적으로 표현해 온 그리는 것의 가치에 주목합니다.

디지털화된 시각 이미지로 가득한 요즘, 작가들이 손 끝으로 그려낸 일상 속 특별한 이야기와 눈과 카메라가 포착하지 못하는 섬세하고 미묘한 감성을 오롯이 느껴보며, 보이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상상하게 하고 새로운 감각으로 경험하게 하는 단순하면서도 멋진 행위, ‘그리는 것’의 특별함을 재발견해 보기를 바랍니다.





writer 심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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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렉처에 기고한 글입니다

직접 전시 관람 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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